뚝심 있는 그들, BANK II BROTHERS, ‘J-ROC & HORIM’

상수역 근처,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초록색 볼트 스토어의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면 뱅크투브라더스(이하 비투비)의 둥지 볼트 스토어를 만날 수 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말보다는 춤이 편하다는 비투비의 디렉터 제이락(J-ROC)과 매서운 눈빛과는 달리 소탈하게 대화하는 호림을 만났다.


본인 소개 부탁한다.
제이락 : 힙합 댄서이자 비투비의 디렉터인 제이락(J-ROC)이다. 비투비에서 디렉팅과 디자인, 제작을 맡고 있다.
호림 : 비투비의 멤버고, 알엔비 소울 뮤지션으로 활동하는 호림이다.

뱅크투브라더스는 어떤 브랜드인가?
제 : 비투비는 80, 90년대 힙합 문화와 스트릿 댄스를 기반으로 2012년부터 시작한 브랜드다. ‘Bank’는 뚝방이라는 뜻인데 뚝심 있는 사람의 의미도 담고 있다. 각자의 신(Scene)에서 멋진 행보를 이어가는 예술가를 서포트한다.
호 : 배틀 행사나 파티, 쇼케이스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틀이 없는 브랜드다. 사실 비투비는 브랜드라고 표현하기보다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볼트 스토어(Vault Store)는 어떤 곳인가?
제 : 비투비는 라인이 세 가지로 나뉜다. 비투비가 스포티하면서 댄서와 힙합의 느낌이라면, ‘CHILLER’ 라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노는 한량 같은 이미지다. ‘PEECHY’ 는 여자 라인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선 비투비 제품을 팔기도 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LP, 빈티지 아이템도 판매한다. 그리고 액세서리, 의류 등 댄서들의 브랜드도 만나볼 수 있다.

볼트 스토어의 볼트(Vault)는 어떤 뜻인지?
제 : 볼트(Vault)는 지하 납골당이라는 의미와 금고라는 두 가지가 있다. 나는 납골당이라는 그 의미가 좋더라. 아무것도 없이 올라온 친구들끼리 모여 일구어냈기 때문이다. 슬로건인 ‘STAY ALIVE’도 살아남은 자들이라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볼트 스토어는 허브(hub) 같은 곳이다. 이 안에서는 뭐든 새로 생겨날 수 있다. 옷이든 음악이든, 영상이든 틀 없이 이 안에서 뭐든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개를 들어보니 브랜드라고 한정 짓기보다, 문화를 양성하는 집단이 어울리는 것 같다.
제 : 그렇다. 브랜드로서는 옷에 집중을 많이 해야 하는데 우리는 ‘해야 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갑자기 ‘이거 해볼까?’하고 이야기하면 움직이는 편이다.

보통 크루라고 부르지 않나?
제 : 크루라고 표현하기보단, 큰 울타리라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묶이는 느낌이 드니까 어색한 것 같다. 이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편이니까.
호 : 요즘 브랜드가 제품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영상이나 행사를 활용하지 않나. 또 크루는 활동하는 집단으로 나누는 것 같다. 우리는 그런 경계에 갇히고 싶지 않다. 하나의 컨셉을 갖고 가되 그때그때에 따라서 이런저런 콘텐츠로 재밌게 풀어보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4월에 발매된 호림의 슈가(Sug4r) 뮤직비디오(MV)도 함께 작업했던데. 호림의 음악도, 그 음악에 춤을 추는 제이락의 몸짓도 인상적이었다.
호 : 사실 그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형 제이락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비투비 안에서 그게 나의 롤(role)인 건데, 댄스 스트릿 신을 좋아하는 멤버이자 음악을 하는 뮤지션으로서 그 둘을 어떻게 하나로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나와 함께하는 멤버들을 소개하는 장을 만들고 싶었다

영상 속에서 입은 옷도 비투비 제품이더라. 콘텐츠를 잘 알고 활용하는 것 같다.
제 :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에 전문가다운 부분은 없다. 전부 가내수공업이다. 그게 장점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색깔 위주로 만드니까. 어렸을 땐 무언가 멋있게 해야 하고, 돈을 많이 투자해야 사람들이 멋있다고 생각할 거라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데, 너네는 못하잖아’라는 마인드로 한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방식이 메인이든 아니든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나오면 되니까.

최근 관심사가 스토어의 변화라고 들었는데.
호 : 가을부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비투비는 스트릿 댄서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되었고 파티와 행사를 열기도 하는데, 단순히 옷을 판매하는 스토어로서는 문화를 보여줄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복합적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댄서들이 만드는 제품들과 함께 비트메이커, 디제이 친구들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제 : 이곳을 일 년 동안 운영하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게 매장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대전에서 나왔는데, 그 옛날 운동화 매장 2층에 춤출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싸움 잘하는 형들만 쓸 수 있는 곳이긴 했는데.(웃음) 20년이 지나 생각해보니 ‘정말 멋있는 공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모티브로 볼트 스토어도 바뀔 예정이다.

앞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볼트 스토어를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는지?
제 : 손님들이 와서 우리의 문화를 느꼈으면 좋겠다. 우리는 정말 틀이 없다. 매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이곳에서 비트를 찍고 있으면 내가 가서 손님을 응대하기도 한다. 우리를 구경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 우리에겐 이런 모습이 자연스러운 거다. 그렇다고 우리를 무서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때리거나 그러지 않거든.(전원 웃음)
호 : 정말이다. 형이 제일 친절하다.(웃음) 배틀 행사나 댄스 스튜디오, 힙합 공연장, 파티가 아니더라도 그런 문화나 분위기를 만끽해볼 수 있는 거점으로 잘 꾸며볼 생각이다.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가 있다면?
제 : 요즘 자기 전 미니 빔프로젝터를 천장에 쏘아 보다가 자곤 한다. 주로 옛날 B급 영화를 즐겨본다. 가령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와 <올리버 스톤의 킬러> 같은 B급 영화의 장면이나 앵글의 전환을 눈여겨본다. 영화 자체의 색감이나 특수효과 같은 것들 보는 재미가 있다. 최근에 정말 재밌게 본 영화는 <더 폴(The fall)>이다.
호 :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데이비트 레터멘 쇼>를 주로 본다. 리나 시몬(Nina simone),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재즈 다큐멘터리도 재미있게 봤다.

비투비의 2018 FW 컨셉은?
제 : 옷은 내가 입고 싶은 걸 만드는 편이다. 우리는 계산적인 사람들이 아니라서 그냥 “야 가을에 이런 거 입고 싶은데?”, “그럼 이런 거 만들면 되잖아”, ”여기에 이런 느낌 넣으면 엄청 멋있겠지?”하면서 만든다. 그래서 하반기엔 올드스쿨 스타일에 그래피티를 접목해서 만들 예정이다. 모자 위에도 그래피티가 그려질 예정이고. 카고바지처럼 심플한 아이템도 준비 중이다.
호 : 봄, 여름 라인은 색은 밝지만, 디자인이 간단했다면, 가을, 겨울 라인은 제품 자체는 간단한데, 오밀조밀하게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커스터마이즈된 소량의 제품을 만나는 재미가 있을 거다.

비투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제 : 재미있는 거 다 놓치고, 사람 놓치고 돈 벌고 올라갔을 때 곁에 아무도 없으면 뭐든 할 수 없다. 나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 할 수 있는 거 하면서 돈은 아슬아슬하게 벌면 된다. 그렇게 우리가 원하는 위치까지 도달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유 있게 천천히 가고 싶다.
호 : 우리가 재밌게 자유롭게 많은 걸 하지만, 우리 자체는 단단해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 브랜드 디렉터로서 또는 댄서 뮤지션으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나?
제 : 비투비를 5년 정도 해오니까 댄서 문화를 대표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그동안 잘 움직였으니까 다음 레벨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5년은 진짜 하고 싶은 걸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댄서로서는 지금 이대로만 계속했으면 좋겠다.
호 : 음악할 때 중요한 부분은 ‘좋은 사람들하고 재밌는 작업을 내 음악과 함께 하자’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그렇게 찍었고. 그렇게 하려면 내가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목표는 가을쯤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형이랑 활동하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느낀 것을 이야기할 예정이다.

애장품 몇 개 소개해준다면?

SNOW BEACH 아노락
폴로를 정말 좋아한다. 작년 겨울쯤 재발매 된 제품을 당첨되어 받았다. 한 번도 당첨 같은 게 된 적이 없는데, 좋아하는 라인을 당첨되는 행운을 얻어 자주 입게 된다.

NORTH FACE 바람막이
호림이랑 일본 갔을 때 산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제품이었는데 일본에서 구했다. 연습할 때도 입는 간지 아이템이다. 호림이의 MOVIN’ 뮤직비디오 찍을 때 입기도 했다.

LP(레코드)
음악을 아이튠즈로 다 사서 듣는다.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제목도 뭔지 모르니까. 좋아하는 건 대체로 산다. 엘피샵 가서도 진짜 좋아하는 곡은 다 사 온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앨범인데 나는 갖고 있지’ 하는 생각으로. 그래서 볼트 스토어에 소장용, 판매용 나눠서 전시해놓고 있다.

미니 빔프로젝터
잘 때마다 애용하고 있는 제품이다. 누워서 옆으로 보면 불편한데, 천장으로 쏘아서 보면 편하다. 그래서 잘 때 항상 쓰는 제품이다.

CREDIT


에디터 이보영
포토 윤형민, 강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