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꿈치에게 아름다운 자유를, ‘블로퍼(Bloafer)’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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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움과 편안함의 상관관계는 대부분 반비례 한다. 물론 치밀하게 기획되어 만들어진 기능성 슈즈나 의류는 제외하고. 올 한해 소재와 기술력이 아닌 단순한 디자인의 변형으로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신개념 슈즈가 수 많은 패션피플들의 발에 멋스러운 자유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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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2월, ‘구찌(GUCCI)’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부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의 사임으로 불과 5일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컬렉션 준비를 맡게 된 구찌의 수석 액세서리 디자이너 출신 알렉산드로 미켈레. 기대 반 걱정 반 속에서 진행된 구찌의 2015 F/W 남성복 컬렉션은 그야말로 패션계를 들썩여 놓기에 충분했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손끝에서 시작된 새로운 바람은 더 참신한 것을 갈구하던 패션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빠짐없이 바꿔 놓았는데, 그 중 에디터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발끝’ 이었다. 앞쪽은 구찌의 시그너처인 홀스빗 장식을 장착한 클래식한 로퍼였지만, 뒷부분은 뻥 뚫려있는 데다가 캥거루 털까지 장착한 괴상한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공개된 이후 구찌 매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는 소문이 자자한 바로 ‘그것’. 인스타그램에는 ‘그것’을 GET한 사람들의 인증샷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고, 곧 질샌더, 발리, 발렌시아가 등 하우스 브랜드부터 자라, H&M, 톱숍 등 SPA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여러 브랜드에서 각양 각색으로 그들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다채로운 디자인의 ‘그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사람들은 ‘백리스(BACKLESS)’와 ‘로퍼(LOAFER)’, ‘슬리퍼(SLIPPER)’를 합친 ‘블로퍼(BLOAFER)’라 지칭했다. 아마 2016년 한 해, 계절을 가리지 않고 가장 뜨겁게 사랑 받은 슈즈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클래식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로퍼만한 아이템이 없지만, 오래 신고 활동하다 보면 뒤꿈치는 늘 혹사당하기 일쑤였다. 예쁘지만 불편한 슈즈였던 로퍼는 마침내 ‘블로퍼’라는 신개념의 옷을 입고 런웨이에서도, 리얼웨이에서도 사랑 받는 슈즈로 자리매김했다. 하우스 브랜드, SPA 브랜드부터 시작하여, 국내 슈즈 브랜드들도 블로퍼의 존재감을 무시하지 못했다.

컬러풀한 색감과 다양한 소재, 디자인으로 업그레이드된 블로퍼를 대중들은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리얼웨이 룩에 빠르게 흡수시켰다. 독특한 발상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거나 반짝 뜨고 사라질 법한 이 슈즈가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블로퍼는 활용도가 높다. 한번 장만해 두면 다양한 룩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지갑을 손쉽게 열 수 있었다. 발뒤꿈치가 훤히 드러나도 후줄근해 보이지 않고 편안하면서도 격식 있는 차림을 연출할 수 있는 슈즈가 몇이나 될까? 시기를 잘 탄 것도 한 몫 한다. 유즘 유행하고 있는 ‘놈코어’, ‘애슬레저’ 패션과 블로퍼는 꼭 맞춰둔 것처럼 찰떡궁합이다. 와이드 팬츠, 데님 팬츠, 미디 스커트, 슬랙스 어떤 것과 매치해도 어울린다. 단, 발바닥이 땅바닥과 가깝게 닿아있는 만큼 발목은 꼭 드러나는 기장의 아이템들과 매치해야 다리도 더 길어 보이고 멋스럽다.

블로퍼의 인기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식지 않을 듯 하다. 예상치 못할 변주를 통해 더욱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계절을 빗겨가는 스타일링의 포인트 아이템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본다. 나 역시도 혹한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발 끝에 블로퍼를 장착한 채 출근했고, 경건한 마음과는 언발란스하게도 아주 슬며시 뒤꿈치를 드러낸 채로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

CREDIT


에디터 조아라
포토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