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ISSUE REPORT #1] 지금은 ‘리셀 시대’

중고 거래와 리셀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중고 거래는 말 그대로 내가 사용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들로 더 이상 가치가 없어진 제품들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행위라면, 리셀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되팔아 이윤을 남길 생각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정의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중고 거래가 리셀이라는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리셀의 세계에서는 제품의 희소 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발매가 30만원의 스니커가 500만원에 팔릴 수 있는 이유이다. 리셀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논하려고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제값 주고 살 수 없는 조금은 이상한 상황에 처한 나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사고 싶으면, 리셀러에게 사면 되지 않냐 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가격대가 내 기준에서 적당할 때의 이야기이다.

나는 왜 이지 부스트를 제값 주고 살 수 없는 것일까? 매번 응모하는 드로우에서 낙찰되지 못하는 불운과 캠핑을 하지 않는 열정 부족도 한몫 하겠지만, 드로우와 캠핑을 통해서만 물건을 사야만 하는 현실이 있기에 불운도 존재한다.

단순하게, 리셀은 수요와 공급의 산물이다.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리셀러들이 몰린다. 맨체스터 더비에 암표상이 끊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국가와 구단 모두 건전한 경기 관람 문화를 위해 암표상들에 대한 규제를 하겠지만, 수법은 점점 고도화될 뿐이다. 결국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 기업 입장에서 리셀 현상을 막기 위해 제품에 대한 공급을 무작정 늘려버린다면 어느 순간 수요는 급격하게 하락하고 말 것이다. 난처하다. 한정 생산과 대량 생산 사이 어딘가에 존재할지 모르는 중간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 중간점을 넘게 되어 수요가 줄어버리게 되면 치명타가 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린 것이다. 결국, 기업은 한정 생산이라는 안전한 방법을 택한다. 제품을 생산하고 전부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기업들은 출시 전 얼마나 많고 많은 계산을 했을까? 그래서 어쩌면, 기업 입장에서 리셀 현상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판매 완료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목적을 달성했기에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지만, 리셀러는 기업에게 중간에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말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중 한명일 것이다. 이렇게, 기업은 희소성이란 울타리 안에 리셀러와 소비자 모두를 가둬버린다. 그 둘의 성분 구분은 의미가 없다. 울타리 밖에서 지켜보면 어차피 울타리 안의 똑같은 사람들일 뿐이다.

자, 그래서 우리는 이제 스탠스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우리에게 물건을 팔지 않는다. 기업은 리셀러들에게 물건을 판다. 그리고, 우리는 리셀러들에게 물건을 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응모해 본다. 바로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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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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