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Story

“연말에 먹는 디저트는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먹는 것 아니겠어?”

누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했더라? 아니, 보기 흉측한 음식도 맛있는 경우가 있잖아. 외국인들은 살아 움직이는 산낙지를 보면 그렇게 진저리를 친다는데 우리 입맛에는 무척 맛있는 것처럼. 뭐, 그래도 정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순간이 있지. 이를테면 지금 같은 연말에 말이야. 과하다 싶을 가격으로 내놓아도 어쩐지 이런 특별한 시즌에는 꼭 사고 싶어지는 디저트가 있지. 저절로 핸드폰 카메라 어플을 켜게 만드는 그런 것들. 연말은 눈송이처럼 뿌린 슈가 파우더도,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높은 칼로리의 버터크림도 용서가 되는 마법의 시즌이지. 연말에 먹는 디저트는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먹는 것 아니겠어? 이 귀여운 모양을 보라구. 또,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죄책감 없이 마구마구 지갑을 열겠어? 봐, 정말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을 것 같지 않아?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크림이 올려진 컵케익, 메그놀리아 베이커리 각 4천원대

“하얗고 포근한 니트 목도리를 떠올려봐. 저절로 포근한 촉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얀색은 포근한 느낌이 들지. 또 하얀색만큼 겨울과 잘 어울리는 색도 없을 거야. 각자 행운의 아이템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 아니면 행운의 컬러 같은 것 말이야. 아마 겨울은 하얀색을 자신의 행운의 컬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뭐야, 너무 유치하다고? 하지만 아니라고 할 순 없을걸. 하얗고 포근한 니트 목도리를 떠올려봐. 아마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에야 저절로 포근한 촉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질 테니까.

나는 말이야, 제법 쌓인 눈을 밟고 오늘 출근길에 올랐거든. 여기에 하얀 니트 목도리 하나만 있었다면 완벽하겠다,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물론 쌓인 눈은 골칫덩이가 되기도 하고 아스팔트 위에서 검댕이 묻어 더럽게 변하기도 하지만, 목에 둘둘 감은 따뜻한 목도리는 더러워질 일이 없잖아? 뭐? 억지라고?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좋은 건 사실이잖아.

깨끗한 화이트 컬러와 파스텔 컬러의 조합, 그리고 포근한 촉감의 니팅 머플러, 라이풀 6만9천원.

“올해 크리스마스 캐롤은 LP로 감상해보면 어때?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아?”

언젠가 인류 최초의 음악은 언제 시작됐을까 싶어 열심히 찾아본 적이 있었거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선사시대, 어쩌면 그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란 사실만큼은 확실하더군. 쉽게 말하면 인류가 탄생한 시점부터 음악과 함께였다는 말이 되겠지. 지금은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하지만, 이십수 년 전만 해도 LP 음악을 듣곤 했었지. 부모님 서재에서 LP 플레이어를 본 기억이 있을 정도니까. 지금 생각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 구식 기기를 왜 아직도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최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지 뭐야. 음악에 대해 무지해서 콕 집어 설명할 순 없지만, 에둘러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역시 가끔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좋기 때문일까? 가만히 듣다 보면 핀이 LP를 긁을 때 나는 작은 소리가 몹시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달까. 올해 크리스마스 캐롤은 LP로 감상해보면 어때?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아?

가볍고 이동이 용이한 수트케이스 형 LP 플레이어. 에디터 소장품.

“투박하고 커다란 머그컵에 따끈한 코코아, 그리고 그 위에 마시멜로”

투박하고 커다란 머그컵에 따끈한 코코아, 그리고 그 위에 마시멜로. 바로 앞에는 꼭 벽난로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그림인데? 벽난로 위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양말도 걸려 있어야겠고, 그 옆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도 있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조차 아기 예수의 탄생일을 이렇게 축하하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지. 어쨌거나, 우리는 예수님 덕에 1년에 한 번, 그리고 하루가 아니라 꽤 긴 시간을 설레하고 즐거워하면서 보내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뭐, 삶이 바쁘고 고달파 작은 전구 하나 집에 걸지 못한다고 해서 속상해할 필요는 없어. 커플 지옥이 펼쳐질 테니까 집안에만 콕 박혀있을 우리 동지들도 크리스마스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다란 머그컵에 따끈한 코코아 한잔 마시고 사정이 괜찮다면 마시멜로 하나 올려서 크리스마스만큼은 칼로리 걱정 따위 집어 던져 보자구.

눈사람과 팽귄 모양의 귀여운 머그컵, 스타벅스 각 만6천원

CREDIT


에디터 이지혜
포토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