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 수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알기 어려울 그 세계(TATTOO) 뒷담화

어느 Scene이나 겉보기와는 영 다른 속사정이 있게 마련이고 지저분한 잡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뒷담화는 당연지사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잖아? 그리하여 우리가 몰랐던,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몰랐을 그 세계 뒷담화를 들어보기로 결정. 체면이고 뭐고 겉치레는 내려놓고 의식의 흐름대로 타투이스트 JAX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당신은 누군가?
타투이스트 JAX(@sixjaxsix)다. 작업 스타일은 아메리칸 트레디셔널을 베이스로 하고 기타 커스텀워크도 진행 중이다.

아메리칸 트레디셔널, 뉴욕 트레디셔널이 우리가 아는 올드스쿨과 다르다고 들었다. 차이는 뭔가?
뉴욕은 대도시잖아. 다양한 인종이 모이는 곳이지. ‘올드스쿨’이라고 하면 아주 고전적인 컨츄리풍을 떠올리면 되는데, 뉴욕 트레디셔널은 거기에 도시적인 세련됨을 조금 섞었다고 보면 된다. 또 많은 인종이 섞여서 살다 보니 이래저래 충돌도 잦고 본인들의 문화를 지키려는 경계심도 있었다. 부드럽고 유화적인 올드스쿨 타투에 비해 강한 라인, 강한 색감 등이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도 올드스쿨과 이 장르를 구분해 작업하는 타투이스트가 많은가?
변종된 타투이스트는 있지.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나라도 이런저런 플래시 문화가 섞이다 보니 구분에서 작업하는 ‘누구’를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뉴욕에서 작업한 이력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 타투씬과 뉴욕 타투씬을 비교해본다면?
20년대 뉴욕 타투씬이 지금 한국 타투씬과 비슷하다. 우후죽순 타투샵이 생겨나고 있으니. 한때 미국도 타투를 법적으로 제재했었다가 풀린 이력이 있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도 현재 합법화 움직임이 있으니까.

합법화 논쟁은 계속 있어 왔던 것으로 안다. 합법화되면 타투이스트 입장에서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양날의 검이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좋겠지. 반면 진짜 아티스트들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합법화가 되든 말든 크게 관심 없다. 법이 생기면 그 법을 따라가면 그만이다. 법을 응용해서 장사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가? 합법화는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다.
많이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몸에 그림을 그려본 사람들은 법이 뭐라고 하던지 크게 동요하지 않을 거다. 이미 문화와 예술이 기울어진 세상에 푹 파묻혀 살고 있으면서 그런 걸 따지는 것도 넌센스다. 그리고 타투가 불법인 나라도 많다. 문화권 자체가 종교적인 지배 아래 놓여 있어 타투를 원해도 못 하는 나라도 있는가 하면 프랑스의 경우 정치적 성향 탓에 아직도 타투를 반대하는 표가 나오고 있다.

그럼 한국 당신이 생각하는 타투씬의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한국 타투씬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는 말도 안 되게 얇은 선으로 만들어 내는 디테일 가득한 타투다. 말 그대로 말도 안 된다. 이런 대답을 원하는 건가?

맞다. 그런 타투는 왜 말이 안 되나?
기본적으로 피부에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당연히 피부도 같이 늙는다. 그렇게 얇은 라인의 타투는 피부가 늙어감에 따라 원형을 유지할 수가 없다. 이 장르가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더 큰 문제는 이 장르를 아트라고 포장하는 거지.

그럼 아트가 아니란 말인가? 그런 장르의 타투를 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나. 타투를 하는 심리는 우리가 좋은 옷, 신발, 액세서리를 사는 이유와 같다. 그들은 그게 예쁘고 멋있으니까 그 장르의 타투를 선택하는 것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그러한 타투가 적당하고 쿨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한다. 그것도 개인 취향이고 기호지만, 나로선 의아하긴 하지.

그럼 당신이 작업하는 장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많은 이들이 멋진 타투를 원해서 그런 것인지, 플래시의 의미를 많이 물어본다. 앞서 말했던 타투 장르보다 더 멋있는 타투를 원해서겠지. 탁 까놓고 작업자의 입장에서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완벽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나는 멋진 그림을 내 포트폴리오로 남기는 게 1차 목표니까. 그리고 타투에 의미를 부여하다 보면 끝없이 파고들어 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말도 안되는 해석이 붙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엉터리 해석이 아무 의미 없이 예쁘기만 한 것보다 더 멋없다. 타투는 기본적으로 액세서리나 다름없다. 예쁘려고 하는 거다. 의미에 대해 따지기 전, 내 눈에 예쁘면 그것 만으로도 좋은 타투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평생 가는 타투인데 아무 의미도 없이 하란 소린가?
마구잡이로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집착할 이유가 없다는 소리다. 현재 한국 타투씬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올드스쿨에 대한 잘못된 이해다. 소비자가 의미에 집착하다 보니 상업적으로 타투를 ‘파는’ 친구들은 ‘오직 당신만을 위한 타투’라는 타이틀을 전면에 내건다. 소비자들은 그거에 열광하지. 개소리다. 플래시는 기본적으로 카피 투 카피다. 트레디셔널이 뭔데. 전통 아닌가. 올드스쿨은 또 뭔가, 구식 아닌가. 전통을 구현하는 방식인데 완벽히 새로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플래시가 어떻게 나오나. 그 논리라면 선 하나만 추가되도 세상에 단 하나인 플래시가 되고, 색깔만 달라져도 세상에 단 하나인 플래시가 된다. 의미에 대한 집착이 이런 모순을 낳았다.

그럼 타투의 의미를 파고드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플래시 중에 험악한 그림이 많은 이유는 그 험악한 것들보다 내가 더 험악하다, 내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부적을 몸에 새긴 거라고 생각하면 쉬우려나. 아주 직관적이지. 한냐는 질투를 의미하고 어쩌고저쩌고, 원형은 더 직관적인 이유다. 얼마나 깔끔하고 명확한가.

 

그러고 보니 얼마 전, 타 매거진에서 타 타투이스트의 인터뷰를 보았다. 몹시 흥미로운 내용이었는데, 타투샵의 수강생 문화에 대한 것이 있더라. 조금 더 신랄하게 얘기해줄 만한 것이 있을까?
뭐, 타투씬을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라 특별히 할 것도 없다. 한국 타투씬에서 아메리칸 트레디셔널 장르가 지금처럼 정착하지 못했을 때, 뉴욕으로 떠났었다. 내가 떠나고 나니 그 장르가 부상하길래 나도 참 재수 없는 놈이구나 했었지. 어쨌거나 뉴욕에서의 시간은 즐거웠다. 돌아와 보니 아주 난리도 아니더라. 춘추전국시대라고 하면 되려나? 우후죽순 타투샵이 생기고 젊은 친구들이 타투를 배우겠다는 열정이 넘쳐났다. 어떻게 보면 참 좋은 건데, 이게 점점 이상하게 흐르더니 기이한 수강생 문화를 낳았다. 배우겠다는 이들을 수강생 이란 이름으로 모아 엄청난 수강비를 받고 일정 기간이 되면 내쫓는 것 말이다. 물론 샵을 쉐어하는 타투이스트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타투이스트는 내쫓을 수 있다. 서로에게 독이 되니까. 그런데 그런 수준이 아니고 작정하고 돈을 버는 학원문화? 같은 것이 되어있더라.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돈을 버는 타투샵이 많은가?
무척 많다. 한국 타투씬의 6, 70%라고 보면 되고, 지금 당신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 유명 타투샵은 99%라고 보면 된다. 수강생을 받는 것은 좋다. 400이든 500이든 돈을 받고 교육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타투 기술이란 것은 사람마다 능력치가 다르고 배움의 속도도 다른데, 사람을 가리지 않고 수강생을 받고 획일화된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웃기다. 누구는 몇 년이 지나도 바늘 한번 찌를 수 없고, 누구는 하루 만에 바늘을 찌를 수도 있다. (무척 과장한 설명이다) 근데 그걸 어떻게 수치화 하나?

그렇게 수강생으로 돈 버는 타투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체라고 본다. 그리고 사업가로서 그 비즈니스 능력을 리스펙한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가? 본인 타투는 뭣같이 해도 돈 잘 벌잖아. 지금 내가 그들을 타투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한다고 욕해도 사실 그 비즈니스 실력으로 그들이 더 노력해 진짜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다. 뭐가 맞는지는 모르는 거지. 다들 본인 신념 아래 살아가는 것 아닌가?

터놓고 돈 얘기 좀 해보자. 타투이스트, 먹고 살 만한가?
먹고 살 만해 보이나? 예상했겠지만, 힘들다. 오늘 잘 벌어도 내일 굶을 수 있다. 큰 돈 모을 생각은 애초에 못 한다. 한참 벌이가 좋아 어깨에 힘이 들어가도 월말만 되면 소심하게 얼마나 세이브를 해야 다음달에 버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먹고 살고, 자재 사고 그러면 뭐 끝이지.

그래도 타투는 현금 위주잖아. 그리고 부르는 게 값 아닌가?
물론 카드결제를 하는 곳도 생겼다고는 하는데, 아직 현금 위주인 것은 맞다. 그리고 부르는 게 값인 거? 그것도 맞다. 타투씬이 지금보다도 작을 때 말 그대로 ‘부르는 값’으로 돈 번 이들도 꽤 많다. 나 역시도 그런 적 없노라 말 못 한다. 하지만 지금은 말했듯 춘추전국시대고 워낙 많은 타투이스트가 있기 때문에 최저가가 대세다.

최저가라고? 타투씬에도 최저가 같은 게 있나? 뭐, 쿠폰이라도 먹이는 건가?
비슷하다. 친구 데려오면 하나 더 얹어주고, 2개 하면 또 하나 얹어주고 이런 거다. 마트처럼 2+1이지.

타투 같은 기술력이 공산품화 되다니, 이건 너무 참담한데.
사실 모르는 이들 눈에는 다 그게 그걸로 보인다. 흉내 내서 그린 그림과 열심히 배워서 진짜배기로 그린 그림이 비슷해 보이는 거지. 그러면 어디로 가겠나? 당연히 최저가를 찾아간다. 자본주의에서 당연하잖아. 그리고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오늘 신랄한 뒷담화 너무 즐거웠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훗날 아들놈이 타투이스트가 되겠다고 하면 어찌할 건가?
아들놈이 생길까는 모르겠는데, 있다고 가정하고. 무조건 팬다. 아무리 내 자식이어도 능력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능력이 있다고 한다면, 글쎄. 그래도 고민되겠는데?

 

CREDIT


에디터 이지혜
포토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