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SHOES REPORT #1] ‘2017’ 미지근했던, 하지만 여전히 요망한 빨간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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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망한 빨간 박스’는 어쨌거나 리스펙의 대상이다. 너도나도 슈프림의 요망한 빨간 박스에 홀려 시계가 정각 0시를 가리키면 미친 듯이 클릭 질을 했고, 여전히 펄펄 끓는 열기에 ‘그놈의 빨간 박스만 붙이면 벽돌을 팔아도 괜찮은 거냐’며 비아냥거리기는 했지만, 실제로 (빨갛지는 않았지만) 박스로고가 새겨진 벽돌이 세상에 나오자 모두가 구매욕을 불태웠다. 누군가 그랬듯 ‘어쨌거나 슈프림은 슈프림’인 모양이다.

그리고 올해도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슈프림의 행보는 여전했다. ‘거침없었다’고 표현하기에 언제나 항상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어서 ‘거침없었다’는 표현이 다소 쑥스러운게 사실이다. 선구적인 시즌 컬렉션, 꾸준한 딜리버리,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레버레이션 등을 생각하면 슈프림만큼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는 브랜드를 찾기에는 쉽지 않다. 그보다 대단한 것은 언제나 항상 그를 믿고 충성하는 대중들이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올해 그들의 행보는 살짝, 그러니까 아주 살짝 맹숭한 구석이 있었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발매한 많은 컬레버레이션 컬렉션 중 유독 슈즈 컬렉션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 물론, 평균 반응 온도가 높은 슈프림은 그들 기준에서 미지근한 반응일지라도 기본적으로는 몹시 뜨겁다는 것을 앞서 밝혀둔다.

올해도 단단한 브라더쉽을 자랑하는 다수의 브랜드 슈즈가 슈프림의 옷을 입고 세상에 나왔더랬다. Vans, 닥터마틴, 나이키의 업템포와 에어포스1, 팀버랜드 등 슈프림과의 만남이 어색하지 않은 브랜드들이 다수다. 다소 촌스러운 표현을 하자면 이른바 ‘보증수표’인 컬레버레이션 컬렉션인 셈이다. 물론 완판은 당연하고 1초컷으로 불리우는 발매대란이 이어졌다. 누군가는 리셀을 위해, 누군가는 소장욕구를 위해, 누군가는 마르고 닳도록 신기 위해 이 피 튀기는 전쟁에 참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대중의 아리송한 반응을 받은 컬렉션도 있다.

나이키 ‘휴마라’의 경우 현재는 완판되어 정식으로 구매할 길은 없지만, 악명 높은 리셀 가격을 부여 받지 못한 컬렉션이다. 강렬한 형광 컬러링과 눈부신 스카치 등은 이 컬렉션이 얼마나 화려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글쎄, 슈프림 로고가 새겨져 있지 않았다면 큰 관심을 받았을까? 하물며 요망한 슈프림의 로고가 박혀있어도 완판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렸는데?

M&M 초콜릿이 떠오르는 나이키 ‘SB 에어’ 역시 곱디고운 컬러에 모두 눈을 휘둥그레 떴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WORLD FAMOUS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몇몇 비주류인 컬러들은 파워풀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현재까지도 완판되지 못한 팀버랜드 컬렉션은 어떠한가? 발매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선택받지 못한 녀석들도 있다. 화보 속 녀석은 너무나도 멋지지만, 대중들은 ‘화보와 현실은 달라’라며 고개를 저은 까닭일까?

대중들은 극단적으로 단순해지거나, 또 극단적으로 영리해지고 있다. 너도나도 좋다며 몰려드는 제품에 금방 싫증을 내는가 하면, 너도나도 좋다며 몰려드는 다른 제품은 쉬이 구할 수 없어 엄청난 웃돈을 얹고서라도 꼭 손에 넣고야 만다. 여자의 마음보다도 더 갈대처럼 흔들리는 대중의 혹독한 시선 속에서 수십 년간 뚝심을 지켜온 슈프림이 올해는 살짝 헛발질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역시 또 하나의 대중으로서 재미있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대중이 대중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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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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