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U J I’ 를 만드는, 이지은

40

으레 브랜드의 ‘디렉터’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날카로운 이미지에 톡톡 쏘는 말투. 예상과 다르게 ‘YUJI’의 디렉터 ‘이지은’은 말간 미소에 사근사근한 말투를 지닌 사람이었다. 자신이 평발이기에 그저 예쁜 신발보다는 예쁘면서 편한 신발을 제작하고 싶었다는, 그 마음이 오롯이 담긴 신발과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Y U J I(이하 유지) 디렉터이자 대표 이지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브랜드 유지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려요.
‘유지’는 서울을 기반으로 하는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에요. 세계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전시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신발을 디자인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제품을 통해 느끼고 공감하는 것을 지향해요. 신발은 엄선된 이태리 가죽과 30년 넘은 장인들과 함께 제품을 만듭니다. 아트(art)와 컨템포러리(contemporary)는 유지 디자인의 모티브로, 시간이 흘러 나이 들었을 때 신어도 손색없는 클래식한 제품을 만들려는 마음으로 디자인하고 있어요.

브랜드의 시작이 궁금한데요.
유지의 시작은 곧 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요. 어릴 적부터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그 시간에 무언가 만들어내는 걸 좋아했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대학 때 전공은 디자인이 아닌 경영학이었지만요. (웃음)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해요.
스물아홉 살 때 아르코(ARCO)라는 이름의 카페를 열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어느 순간 계속해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무료해졌고, 그 시기에 취미로 제가 입고, 신고 싶은 옷과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아르코 카페에 손님으로 오시던 신발 회사의 대표님으로부터 ‘디자인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일 년 동안 낮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회사에 나가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그 사이 신발이 디자인되는 초기 과정부터 생산을 거쳐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연스레 배우게 되었고, 작년 하반기부터 독립하여 세 번째 컬렉션부터는 홀로 첫발을 내딛게 되었어요.

YUJI 2018 S/S Lookbook

카페 아르코(Arco)는 어떤 카페인가요?
아르코(Arco)는 2012년에 신사동에 오픈한 로스터리 카페에요. 올해로 7년째 운영 중인데, 제 청춘이 다 담긴 곳인 것 같아요. 아르코는 2년 정도 커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로스팅까지 공부를 끝내고 난 뒤 문을 열었어요. 당시엔 카페가 지금처럼 포화 상태도 아닐뿐더러 로스팅까지 직접 하는 전문적인 형태의 카페가 드물었던 터라 유명했어요.
오픈 후 몇 번의 인테리어 변화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유행을 좇기보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클래식한 카페가 되길 바라요. 브랜드 런칭 후 바쁜 일정에도 저는 오전에는 로스팅과 케이크를 직접 만들며 시간을 보내요. 아르코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하고, 오랫동안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맞이할 때면 이 일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곤 하거든요. 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기억 속에 아르코가 따듯하고도 편안한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요.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르메르(Lemaire)를 좋아해요. 현실 속 우아함을 추구하는 르메르는 유행을 좇지 않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인상적이에요. 저는 화려한 과시보다는 내면이 투영되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저는 르메르의 남자 코트를 사서 입을 정도로 맨즈 컬렉션에도 관심이 많아요. 르메르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지켜나간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브랜드 런칭 이전에 두려운 것이 있었다면?
회사에 있을 때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10명이 넘었어요. 하지만 독립하고 나서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한다는 게 어려웠어요. 낯선 성수동 공장을 찾아서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과 압박감이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해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어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지의 온라인 스토어를 보면 의류와 신발을 함께 판매하고 있던데, 제품군을 더 늘릴 계획이 있나요?
저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스타일이에요. ‘만들어야지’하고 생각할 시간에 이미 만들고 있는 사람인거죠. 유지의 의류 컬렉션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지난번 2017 F/W 슈즈 컬렉션를 준비하면서 슈즈에 어울리는 의류를 만들어보았는데, 주변 친구들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어요. 반응을 보고 나니 ‘몇 가지만 구상해서 판매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판매를 시작했고요.
이번 2018 S/S 컬렉션은 슈즈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 슈즈 컬렉션만 준비했어요. 현재는 가방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 샘플 진행 단계이긴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어쩌면 유지만의 감성이 담긴 가방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룩북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들어요. 룩북의 연출은 직접 하시나요?
이 점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웃음) 모든 작업은 제가 직접 해요. 룩북 촬영이 다가올 때면 저는 스스로가 질릴 만큼 치밀해져요. 슈즈와 의류가 균형을 이루는지, 하나하나 맞춰보고 컨셉을 구상해요.
촬영할 땐 예술적인 요소를 접목시켜 재미있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룩북 촬영은 사진 작가와 호흡이 중요한데, 룩북 촬영을 함께한 조기석 씨와의 호흡이 잘 맞아서 결과물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치밀하게 준비하는 만큼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룩북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단순히 제품만을 촬영하는 게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투영시키려 하니까요. 일할 때 보면 지독하게 완벽주의를 추구해서 스스로 힘들기도 하지만 모든 노력을 다 쏟아내고 마치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에 눈물이 나기도 하더라고요. 룩북 디렉팅은 제게 촬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듯해요.

영감은 주로 어떻게, 어디서 얻으시나요?
영감은 주로 여행에서 얻어요. 여행은 온전히 저를 내려놓고, 비우고, 채우는 시간이거든요. 저는 전시를 보기 위해 여행을 다녀요. 작년에는 베를린에 다녀왔는데, 베를린의 건축가인 윌리 굴(Willy Guhl)의 오브제에 영감을 받아 지난 컬렉션의 시그니처 굽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은?
바로 어제 미국 LA에 있는 에이전시와 미팅을 마쳤어요. 계획했던 게 아니었는데, 먼저 미국 에이전시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마침 저도 함께할 동료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에 연락이 닿았습니다. 에이전시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미국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브랜드 런칭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정답이 있다면 사실 고민할 것도 없이 너무 쉽겠죠. 자신의 힘과 에너지를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시작하길 바라요. 저는 그저 욕심만 많은 사람보다 열정이 있고, 뜨거운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좋아요. 그와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이 브랜드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원하는 대로 이끈다면 그 브랜드는 분명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REDIT


EDITOR 이보영
PHOTO 윤형민

20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