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 JAY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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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스트릿풋은 제이플로우를 브랜드 협업 론칭 현장에서 만났다. 정확히 1년이 지난 여름의 문턱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지난해 ‘제이플로우’를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만났다면 이번에는 스티그마(STIGMA)의 아트디렉터로서 제이플로우가 궁금했다. 길거리 예술과 패션 그 경계 넘나드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작년에 이어 스트릿풋과는 두 번째 만남이다. 구독자들에게 다시 인사 부탁한다.
A. 스티그마 브랜드의 아트디렉터이자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플로우(JAY FLOW)’라고 한다. 그래피티 페인팅은 물론 일러스트, 타투 등 다양한 아트 디텍터로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Q. ‘스티그마’라는 브랜드가 생소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스티그마는 어떤 브랜드인가?
A. 스티그마는 ‘성흔’또는 ‘오명’이라는 두 가지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스트릿 문화와 같은 서브 컬처를 바라보는 시선도 존중 또는 비판으로 극명하게 나뉜다. 이런 두 가지 다른 시선을 기반으로 스티그마는 타이포그래피, 그래픽과 같은 디자인을 통해 스트릿 문화를 풀어내고자 한다. 우리의 슬로건 ‘VATOS SOCIETY’는 서브 컬쳐에 대한 브라더십을 의미한다.

Q. ‘스티그마’ 라는 브랜드에서 아트디렉터를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A. 2010년쯤 스티그마의 대표로 있던 친구와 종종 협업을 진행했다. 3년쯤 지나자 스티그마에도 변화와 확장이 필요했던 타이밍이었고, 그래피티와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던 나는 패션 쪽에 아는 게 없었다. 나는 친구에게“이렇게 하면 어때?”하며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친구가 그럼 네가 해보라며 권했고 “그럼 맡겨줘 봐”하고 대답했다. 그렇게 2013년부터 하나둘 비중을 늘려나가면서 그래피티와는 다른 매력에 재미를 느꼈다. 2015년부터는 홍대로 사무실을 합쳤고, 이후 스티그마가 좀 더 분명한 색깔을 띤 브랜드로 거듭난 것 같다.

Q. 스티그마 브랜드 내 아트 디렉터의 역량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A. 간단하게는 굿즈에 들어가는 디자인, 일러스트부터 부자재 선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을 관여 한다. 브랜드 아트디렉터로서 전문적인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16년간 작가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군의 브랜드들과 협업을 해오면서 얻어온 감성과 작가로서의 경험이 모두 스티그마 디자인 안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2018 S/S 룩북을 프랑스에서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이번 시즌의 컨셉이 궁금한데?
A. 스티그마는 스트릿 브랜드로서 트렌드를 무작정 쫓는 브랜드보다‘NASTY’와‘Vandalism’을 기반으로 트렌디한 무드를 지향한다. 이번 룩북에서는 파리의 길거리에서 비주류 모델들로 촬영을 했다. 그 이유는 슬럼가의 낙서 가득한 낙후된 건물 사이에서 자란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스트리트 문화를 배경으로 과거와 현재, 그 너머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오늘 가져온 애장품을 소개해준다면?
A. 평소 애장품이란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작업할 때 사용하는 스프레이나 브러쉬, 컴퓨터, 패드 등이 애장품이라면 애장품이다.

Q. 일하면서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A. 내년이면 스티그마가 10주년이더라. ‘잘 버텼다’라는 생각이 든다. 잘하는 브랜드들이 많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끼긴 하지만, 한 해가 지날수록 더 좋은 상황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는 만든 결과물로 평가받는 일인 만큼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와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업을 했을 때로 나뉜다. 최근에 전주에서 비보이 대형 연습실에 그래피티 작업을 의뢰받아 그리고 돌아왔다. 돈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편하게 즐기며 그릴 수 있었다. 작업을 마치고 뿌듯하면서 즐거웠다.

Q. 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16년 차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당신의 고민은 무엇인지?
A. 브랜드 디자이너와 작가로서 마음가짐은 좀 다르다. 브랜드 디자이너는 상업적인 부분을 고려해야만 하고, 작가는 작가로서 지녀야 할 아이덴티티와 순수성이 있다. 두 가지 역할에서 오는 간극이 고민스럽다.

Q. 제이플로우가 정의하는 그래피티는 어떤 것인지?
A. 길거리에 낙서하고, 그림을 그리고, 버스 정류장에 날카로운 걸로 긁는 작업도 그래피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그래피티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내가 지향하는 그래피티의 모습은 스프레이로 그렸지만 그래피티스럽지 않은 완성도 있는 그림 즉, ‘마스터피스’를 지향한다.

Q. 한국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그래피티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A. 점차 그래피티 신이 커지다 보니 국내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외국에서 놀러 온 친구들도 만난다. 외국에 나가서 본고장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보고 오면 자극과 위로를 동시에 얻는다. 어떤 때는 ‘우리 너무 못하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내‘우리 조금 잘하고 있네’하는 위안도 하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그래프를 그리며 지금껏 해왔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라는 건 조바심내면서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꿈을 꾸는 것보다 중요한 건 이루려고 노력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Q. 칙칙했던 길거리에 그래피티가 입혀지면 활력을 찾기도 하는데, 우리 삶에 ‘예술’이 왜 필요할까?
A.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예술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직도 주변엔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것보다 쓸모 있는 것들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것, 그리고 잉여의 행위에 대해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술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꼭 필요한 것’에 만 집중하기에 인생이 너무 무미건조하다.

Q. 지난해엔 앞으로 벌이고 싶은 일에 대해 ‘월드투어’를 다니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진행 상황이 궁금한데.
A. 월드 투어는 장기간에 걸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계획처럼 장기적인 투어를 아직 실행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국가들의 페스티벌이나 프로젝트들을 함께하며 좀 더 디테일한 기획을 준비 중이다.

Q. 앞으로 브랜드의 아트디렉터로서, 혹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A. 스티그마의 아트디렉터로서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해온 행보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본다. 지금도 재미를 느끼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고, 앞으로도 배우고 실험해보며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탄탄한 아트 디렉터가 되고 싶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는 꾸준히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다. 처음 시작할 땐 ‘나이 들어서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은 안 한다. 실제로 50, 60대에도 계속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활발하게 해나가고 싶다. 비보잉이 많이 대중화된 것처럼, 그래피티 문화도 한국 내에서 조금 더 자리를 잡아갔으면 좋겠다.

CREDIT


EDITOR 이보영
PHOTO 박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