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것들, 예전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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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토요일’이 존재 했던 그 시절부터 스트릿 패션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짚어보고, 결국 현재는 어떤 것들이 이 바닥을 장악하고 있는지 브랜드와 타임라인을 통해 살펴보자. 오랜 기간 스트릿패션을 좋아해 온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향수에 젖을 것이며, 이제 막 이 문화에 관심이 생긴 이들에겐 지금과 과거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1. STREET FASHION으로 성장한 도매스틱 1세대 브랜드(2004~2006)

지금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 세계 모든 패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2000년대 초 중반만 하더라도 쇼프, 쿠바자, 무신사, 힙합퍼와 같은 패션 커뮤니티의 정보 의존도가 컸다. 그들이 주로 다룬 ‘스트릿 패션’ 스냅은 유행의 척도를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많은 이들이 스냅 속 그들을 보며 이 문화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쯤이 라이풀(Liful), 커버낫(Covernat), 크리틱(Critic)과 같은 1세대 스트릿 브랜드들이 시작을 알린 시기였다. 그 외에도 슈퍼 컨퓨즈(Super Confus), 와이웍스(Whyworks), 집시(Jipsy), 베리드얼라이브(B.A)등이 활발히 움직였다. 또한 당시, 등 뒤에 매는 메신져 백과 스타디움 재킷과 같은 아이템은 거의 모든 브랜드에서 발매될 만큼 유행한 빅히트 아이템이었다.

Super confused ZIG-ZAG Denim

Liful clear massenger bag & Critic ㄱㅡㄱㅎㅏㄴ

 

해외 브랜드로는 일본 우라하라계를 대표하는 스트릿 브랜드 베이프(Bape)부터 슈프림(Supreme), 애니띵(anything), 더 헌드레즈(The Hundreds), 일본 그라비아 모델들을 전면에 프린팅한 킥스툐(Kikstyo)등 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슈프림과 베이프의 파급력은 예전에도 지금처럼 엄청났다.

Kikstyo & Supreme Mike Tyson Photo T-shirts

이 시절 발매된 슈프림 노스페이스 협업 서밋 자켓(일명 슈노 낮버젼, 밤버젼), 커밋(Kermit), 타이슨(Mike Tyson)포토 티셔츠는 지금까지 슈프림 전설의 아이템으로 남아있다. 베이프 역시 사장인 니고(Nigo)가 소속되어있던 데리야키 보이즈(Teriyaki boyz)의 지원 사격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스트릿 브랜드가 되었다. 니고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퍼럴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함께 빌리어네어 보이즈(BBC)를 만들었다. BBC는 키치한 로고와 귀여운 색감, 뭉뚝한 실루엣의 ‘아이스크림’ 보드화로 큰 인기를 얻었다.

Teriyaki Boyz

 Billionaire Boys Club ‘Icecream’ Sneakers & Dog Pants

Supreme x North face ‘Day and Night’


 

2. 난해함과 유니크의 경계선, 버나드윌햄(Bernhard Willhelm)의 등장(2008~2009)

‘버나드 윌햄’은 요즘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한때 열풍을 일으킨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중시 여기는 엔트워프 왕립학교에서 공부한 버나드윌햄. 그는 앤트워프 출신답게 위트와 실험정신이 담긴 옷을 만들었다. 비교적 짧은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지금의 ‘베트멍(Vetements)’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버나드 윌햄은 국내 모델 이수혁과 아이돌 그룹들의 지원사격을 확실히 받으며 거리를 장악했다. 미친 듯이 큰 오버 사이즈와 기하학적인 패턴, 강렬한 컬러감이 큰 특징이다. 특히 블루종을 비롯한 재킷류, 밧줄을 이용한 일명 ‘로프 후드’와 하이탑 등은 절정의 인기를 구가했다.

Bernhard Willhelm

 

그 외에도 많은 비슷한 무드의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었다.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 코콘투자이(KTZ), 카세트 플레야(Cassette Playa), 메르시 보꾸(Merci beaucoup)등이 대표적이다. 지금 보면 난해하기 짝이 없지만, 당시엔 정말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았다.

  • Mercibeaucoup

이시기에 바지핏은 완전한 스키니핏으로 넘어왔다. 그에 맞춰 누디진(Nudie)과 닥터데님(Dr.denim), 칩먼데이(Cheap Monday) 등 스키니진을 뽑아내는 브랜드가 호황을 맞이했다. 좁은 밑단을 가진 바지와 하이탑은 하나의 공식이 되어버렸으며, 앞서 말한 버나드윌햄의 하이탑과 ‘다이어트 부쳐 슬림 스킨(DBSS)’이라는 일본 브랜드의 하이탑이 크게 유행했다.

Nudie Jeans

Diet butcher slim skin

 

또한, 이 시절은 뜻이 통하는 이들끼리 크루를 만들고, 지금은 사라진 명동 코데즈 컴바인과 아메리칸 어패럴 매장 앞을 배회하면서, 스냅 사진을 찍꼬 찍히며 서로의 스타일을 뽐냈다. 국내 스트릿 패션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다채로웠고, 스펙트럼이 넓어졌으며, 과감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그들의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 거기로 나선 하이엔드 (2009~2012)

2010년 말 때쯤, 한국 스트릿 패션씬에서 가장 파급력이 센 지드래곤(G-dragon)이 그룹동료 탑(T.O.P)과 함께 지디앤탑(GD&TOP)이란 유닛그룹을 결성했다. 이때, 무대에서 신고 등장한 크리스티안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은 전파를 타고 유행으로 번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땐 정말 그들이 입기만 하면 유행이 되던 시절이었다.Christian Louboutin

‘레드 바텀’이라 불리는 씨벌 건 아웃솔, 섹시한 실루엣, 유니크한 스터드까지. 루부탱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에 사랑을 독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바이커진을 앞세운 발망(Balmain)과 셔츠와 코트류를 앞세운 톰 브라운(Thome Brown) 등 많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특히, 리카르도 티시 (Riccardo Tisci)가 이끄는 지방시(Givenchy)의 열기는 엄청났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말이다. 슈퍼스타 칸예웨스트(Kanye West)와 제이지(Jay-Z)는 합작 앨범 투어 내내 지방시만 입고 무대를 누볐고, 지방시의 걸작 ‘로트와일러’ 프린팅 재킷을 입은 칸예웨스트는 한때 모든 멋쟁이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매 시즌 감각적이고 세련된 프린팅과 적절한 오버핏은 모든 평단에 놀라움을 자아냈으며, 컬렉션에서 사용된 코디 기법까지 유행이 되기도 했다. 이때 지방시의 활약으로 하이앤드가 스트릿 씬에 서서히 융합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지방시의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마르셀로 불론(Marcelo Burlon)’은 단독 브랜드를 런칭했을 때 지방시와 무드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수혜를 입었을 정도니 말이다.

Givenchy Rottweiler printed & Marcelo Burlon County of Milan

 

하나의 브랜드를 더 꼽아보자면, 크롬하츠(Chrome Hearts)를 이야기 해야하지 않을까? 미국의 주얼리 브랜드로 ‘YG 엔터테이먼트’ 소속 연예인들의 무한한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지금은 예전 명성보다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 하이엔드 주얼리 브랜드를 뽑을 때 대표적인 브랜드로 언급된다.

Chrome Hearts


 

4. 신종 스트릿 브랜드들과 테크웨어(2013~현재)

2013년도쯤엔, 챔피언(Champion)과 폴로(Polo) 럭비셔츠에 나염이 붙은 파이렉스(Pyrex Vision)가 등장했다. 래퍼 인맥이 많은 버질 아블로(Virgil Abloh)가 만든 브랜드답게, 세계적인 래퍼들이 파이렉스 제품을 주야장천 착용하고 등장했다. 또한, 플란넬 셔츠를 허리에 감거나, 터번을 뒤집어 쓰거나, 통이 널널한 하프 팬츠에 레깅스를 같이 매칭 하는 등 ‘파이렉스 입는 법’까지 더불어 주목을 받았다. 파이렉스의 성공은 후드바이에어(HBA), 피갈레(Pigalle), 빈트릴(Beenrtrill)같은 브랜드를 양산해 냈다.

PYREX VISION

파이렉스를 전신으로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진 버질 아블로는, 현재 패션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 ‘오프화이트(Off-white)’를 성공적으로 런칭해 지금도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OFFWHITE c/o VIRGIL ABLOH

스니커즈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하이탑 열풍에 맥을 못 추던 나이키 스니커즈들이 부활했다. 에어 조던 시리즈는 물론, 나이키 에어포스1, 업템포 제품들이 다시 거리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유행에 상관없이 나이키를 사랑하던 골수 팬들이 없던 건 아니지만, 새로운 나이키 팬의 유입이 더 늘어난 시점이 바로 이 시점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점차 변형과 발전을 거듭하며 ‘피어오브갓(Fear of God)과 같은 신종 스트릿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디스트로이드진과 플란넬 셔츠, 보머재킷, 데님재킷 등 조금 더 드레시 한 스트릿웨어를 내놓았고, 존 엘리엇(John Eliott), 424, 리프레젠트(Represent) 등 많은 브랜드에 영향을 끼쳤다.

FEAR OF GOD

 

그 이후 현재 에슬레져룩, 코지보이룩, 놈코어룩 등 다양한 트렌드가 존재하지만, 최신 트렌드 스타일은 단연 ‘테크웨어(Techwear)’가 아닐까. 군복과 스포츠웨어에 사용되는 수많은 기능들을 일상복에 적용한 의복을 일컫는 테크웨어. 독일 브랜드인 ‘아크로님(Acronym)’, ‘나이키ACG(Nike ACG)’등 몇몇 브랜드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이 베이스이며, 방수, 방풍, 보온, 건조 등을 도와주는 최고급 기능성 원단과 많은 수납공간, 첨단 테크닉을 중시한다. 아직은 비싼 가격과 정보 부족, 판매처의 부재 때문에 트렌드 정점에 등극하진 못했으나, 점점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NIKE ACG

ACRON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