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TREND REPORT] 려원과 손담비가 고른 2018년 드레스 코드, ‘젠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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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릿풋 7인의 에디터가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다소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2018년 이슈 결산 보고서.


갓 스물이 된 새내기 시절, 나는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패션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 당시 난 주관도 없었다. 여자 동기들이 플레어 원피스에, 베이지색 애나멜 구두를 신을 때면 조바심이 났다. 스무 살의 나는 고정된 ‘예쁜’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해 내겐 어울리지 않는, 짧은 치마나 힐 같은 것들로 옷장을 채웠다. 꾸역꾸역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캠퍼스와 강의실을 누볐다. 입을 때마다 어쩐지 맞지도 않는 옷에 내 몸을 구겨 넣은 기분이 들었다.

포토 려원 인스타그램(@yoanaloves)

지난 9월,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려원이 나왔다. 그녀는 절친 손담비와 함께 생일 파티를 위해 동묘 구제시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종종 드레스 코드를 맞춰 생일 파티를 즐긴다며 이번 드레스 코드는 밴드 ‘혁오’의 앨범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오버사이즈 정장 스타일’을 소개했다. 방송 이후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아버지 정장을 뺏어 입은 듯한, 오버사이즈 정장을 멋지게 소화한 사진이 올라왔다.

그녀들의 인스타그램 속 스타일은 구찌의 2018년 가을, 겨울 우먼 컬렉션과 결을 함께했다. 구찌의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와 페미니스트 사상가 도나 해러웨이( Donna.J.Haraway)로부터 받은 영감을 여성복 컬렉션에 반영했다. 미켈레는 컬렉션을 통해 성별, 문화 등의 경계를 무너뜨린 미래의 인간상을 제시했다. 런웨이에서 남자 모델은 플라워 프린트로 뒤덮인 정장 셋업을, 여자 모델은 직선으로 곧게 떨어지는 스타일의 셋업을 입고 런웨이를 누볐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성별의 경계를 지운 컬렉션은 지방시의 2019년 봄, 여름 컬렉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웨이트 켈러(Clare Waight Keller)는 남자처럼 입고 연기하며 여생을 보낸 스위스 여자, 안나마리 슈바르첸바흐(Annemarie Schwarzenbach)를 이번 컬렉션의 뮤즈로 삼았다. 그래서 일까. 런웨이에 선 여자 모델들의 헤어 스타일은 대부분 숏 컷이었으며, 컬렉션 의상은 다채롭게 변화한 셋업 스타일이거나 여성의 몸매를 잘 드러내는 드레스 등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했다.

으레 여자들만의 파티에 드레스 코드를 상상하면, 굴곡진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나 화려하고 아찔한 높이의 힐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드레스 코드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그들이 재밌게 도전해볼 수 있는 스타일을 선택했다. 려원과 그녀의 친구들이 멋져 보였던 건 그녀들의 넘치는 개성과 자신감도 한 몫 했다.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시도만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CREDIT


EDITOR 이보영
PHOTO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