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공백, 부끄럽지 않은 변화

261

Q.독자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제네럴 아이디어’를 16년째 이어오고 있는 디자이너 최범석이다.

Q.근황이 궁금하다.
여느 때와 똑같이 옷 만들고 열심히 살고 있다. 옷을 열심히 하다가 일 년 방황했고, 작년 가을부터 다시 돌아왔다.

Q.1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1년 전, 런웨이 쇼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어느 순간 보니 나를 포함한 런웨이하는 디자이너들이 배가 고파지더라. 런웨이가 대중들과 소통이 안 되기도 하고. 백 월(back wall) 뒤에서 옷을 모델에게 입혀 내보내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지만, 실제로 대중과는 소통하지 못하고 갇혀 있는 디자이너가 과연 좋은 디자이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 년 동안 쉬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Q.디자이너로서 변화를 겪는 중인 걸까?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옷을 만들어서 팔고, 자기 팬들과 소통하면서 사는 이들을 만났다. 백화점에 입점하고, 런웨이를 하는 게 오래된 디자이너처럼 느껴졌다. 3세대 디자이너는 다른 행보를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작년 봄에 한 친구를 만났는데, 가방하고 신발을 잘 만들어서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사무실에 오라기에 가봤더니 사무실이 엄청 좋더라. 한참 얘기하다가 그 큰 건물을 본인이 통째로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형 제가 패션을 어떻게 시작한 지 아세요?” 하고 묻더니, 어렸을 적 나를 우상으로 생각하고, 동대문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다시금 ‘보여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를 만나고 자극을 정말 많이 받았다.

Q.이번 시즌 ‘제네럴아이디어 스탠다드’의 컨셉이 궁금하다.
이번 시즌 주제는 ‘Memories of first time’이라는 슬로건으로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던 90년대 빈티지에서 영감을 얻었다. 누구나 겪은 또는 겪을 ‘처음’이라는 설렘과 기대가 느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풀어보았다.

요즘은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작년 가을에 룩북을 네 번 촬영했다. 보통 브랜드의 오피셜 룩북 촬영은 한번이다. 하지만 올해 내 목표는 매달 새로운 룩북을 촬영하며 선보이는 조금은 다른 방식을 전개하려고 한다. 매달 약 30~50 스타일을 선보이며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Q.매번 컬렉션의 주제를 철학적인 컨셉으로 잡았는데.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직원들과 내가 처음 옷을 만들었던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98년도쯤, IMF를 겪을 때였는데 그때 당시 ‘가격’과 ‘품질’이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였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우리가 주목할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에는 디자인실에서 컨셉과 철학에 대해 오래 얘기했었는데, 작년 가을부터 주제(theme)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안 하려 한다. 그보다는 만든 옷을 더 입혀보고, 서로 이 옷이 얼마면 살까? 하는 것에 대해 더 얘기하고 있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게 중요할 땐 스토리에 집중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땐 ‘가격’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서울컬렉션을 떠나 뉴욕에서 17번 연속 컬렉션을 진행했다. 왜 뉴욕이었나?
뉴욕을 좋아한다. 엄청 좋아했던 도시였고, 지금도 그렇다. 쇼 전에 밀란, 파리, 런던, 뉴욕 다 다녀봤다. 내 인생을 어디다 바치면 좋을까 생각했을 때 뉴욕이 떠올랐다.

Q.하지만 제네럴아이디어는 2018 F/W 시즌부터 컬렉션 전개가 안 되고 있다.
잠정적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제네럴 아이디어는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이 부활하길 기대하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런웨이가 백 퍼센트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년쯤 다시 시작할 생각인데 고민 중이다. 동양 복식 공부를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식은 런웨이일지 어떻게 될지 고민해봐야 알 것 같다.

Q.패션을 전공하는 이들 중에는 컬렉션 디자이너가 꿈인 이들이 많지 않나. 해줄 수 있는 조언 있을까?
모교에서 입학식 날 강연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날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만약 컬렉션 디자이너가 꿈인 후배를 만난다면, 나는 컬렉션 디자이너는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그게 멋있어 보이는 건 옛날 사고방식이다. 2세대 디자이너 즉, 런웨이에서 잠깐 나와 인사하는 디자이너는 더 이상 멋있는 디자이너는 아닌 것 같다. 컬렉션은 안 하지만, 룩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게 훨씬 효과적이고 멋있지 않나. 예를 들어, 아더 에러(adererror)나, 엔더슨 벨(Andersson Bell)과 같은 브랜드들.
런웨이 사진이 그 룩북처럼 아름답다면 그게 맞겠지만. 요즘은 옷을 실제로 만져보지 않고 구매한다. 모든 소비 패턴 자체가 온라인에서 누군가가 옷을 입은 ‘사진’을 보는 걸로 바뀌었는데, 런웨이를 한다던가 백화점에 걸려있어야 한다는 건 구시대적인 방식 같다.

Q.브랜드의 디렉터로서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나?
요즘은 가격과 품질 두 가지. 물론 옷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게 맞지만, 그 두 가지가 기본이자 무엇보다 중요한 옷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Q.컬렉션의 영감은 어디서 주로 받는지 궁금한데.
영감을 얻으면 얻을수록 더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첫 쇼에 내가 가진 걸 다 쏟아부으면 뭐가 남을까?’ 했는데, 한 번 쓰고 나니 계속 불어나는 것 같다. 영감은 항상 생각하는 편이다. 어제는 와인을 마시며 지인들과 대화했는데, 거기서도 영감을 얻었다.
영화 <극한 직업>에 대한 얘기를 했다. 옛날에는 그런 부류의 영화를 안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꼭 미장센이 탁월하고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만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하나만 이해했다면, 일 년 사이에 지금은 포용력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

Q.제네럴 아이디어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지금은 없는 것 같다. 고민을 조금 더 해봐야 하는 시기다. 내 자신이 쓸데없는 아저씨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진 않다. 옛날에는 너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차분하게 공부를 더 하고 싶다. 소년에서 아저씨로 거듭나는 중이다.

최범석의 애장품
최근 지갑을 잃어버려 새로 구입한 YSL Chain Wallet,
타이포그라피의 메시지가 인상적인 부드러운 울 소재의 beret
늘 상 함께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4B Pencil

CREDIT


Editor 이보영
Photo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