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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블록 로고 스웨터와 검지의 로고 컷 아웃 골드 링 모두 베르사체(VERSACE), 이너의 패턴 셔츠 지오 송지오(ZIO SONGZIO).


아티스트와 디렉터,
그 어느 경계선에서 만난 ‘정한해’

 

실버와 블랙 컬러의 DC VARIO-SUMMILUX 렌즈가 탑재된 컴팩트 카메라는 라이카(Leica) D-Lux7, 화려한 자수 문양의 네이비 스웨트 셔츠는 폴로 랄프로렌(Polo Ralph Lauren), 화이트 피케 셔츠와 블랙 쇼츠는 모두 코스(COS), 화이트 버클 레이스업 슈즈는 파라부트 by 유니페어(Paraboot by Unipair).

 

큰일을 앞두고 앨범 릴리즈, 콘서트, 방송 등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다.
한동안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 지낸다. 오늘 화보 촬영은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재미있었다. 특히 방송 열심히 하고 지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도 본인에게나 대중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쟁쟁한 패널들 사이에서도 절대 가려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부담을 가졌다. 지금은 다행히 재미를 느껴서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들이다.

특히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지?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예능에 출연하는 패널들은 워낙 베테랑들이다. 누구 하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박나래씨와 다른 프로그램도 같이 하는 것으로 안다. 조언을 많이 해주는지?
조언보다는 리드를 해준다. 방송 프로그램이 3개가 겹쳐서 자주 만나는데, 누나와도 자주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평소보다 카메라 앞에서 더 자연스럽게 대화한다고 (웃음). 좋은 선생님이다. 혜리도 생각난다. 나를 잘 끌어내 주는 고마운 친구다.

혜리씨가 끌어내주는 한해는 어떤 모습인가?
예능을 야구로 빗대어 말하면 나는 4번 타자는 절대 아니다. 결정적 한 방 보다는 상황이 흐르는 대로 즐기는 편이다. 소소하게 내가 한 말의 포인트를 살려주고 반응을 잘해줘서 분량을 확보할 때가 많다. 끌어내준다는 표현보다는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살려준다는 표현이 맞겠다.

셀러브리티이자 래퍼로서 생각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번 콘서트를 이제까지의 순간들로 만들었다. 주제는 인생 네 컷. 콘서트 포스터도 네 컷의 그림으로 구성했는데, 첫 번째는 서울로 상경한 순간, 두 번째는 팬텀이라는 팀으로 활동 한 순간, 세 번째는 솔로 활동, 네 번째는 입대.

상경 전의 0번은 없을까?
유년기도 물론 중요하다. 나는 매우 평범하고 전형적이었다. 수능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갔고, 성적도 중간이고 자리도 중간에 앉는 딱 중간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서울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으니 유년 시절도 의미가 크다.

서울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는?
수능 성적 맞춰서 대학을 갔는데 집안 사정이 녹록지 않아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입학을 했다. 첫 학기를 다니며 이렇게 비싼 학비를 내며 배우고 싶지는 않다는 판단을 했다. 열심히 하면 달랐겠지만 그때는 놀기 바빴으니까.

처음 대학을 갔을 때는 다른 꿈이 있었나?
전혀. 대학을 가고 취업을 하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깝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방학하면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야겠고 다짐했다.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으니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힙합의 팬이었고.

래퍼로서의 첫 시작, 팬텀 활동은?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너무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진작 솔로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는 반응이 많다. 그래도 나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거다. 배운 점이 많다. 치기 어린 마음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서울에 무작정 와서 만난 멤버 형들한테 많이 배웠다. 음악은 음악답게 하는 방법을 알았다. 혼자서 했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거다.

프로듀서 한해는 인생 네 컷에서 몇 번째 컷에 속할까?
장르 특성상 시작부터 래퍼에게 프로듀싱 과정은 빠질 수 없다. 팬텀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스스로를 프로듀싱 해왔다. 래퍼들은 프로듀싱하고 그 곡을 부르면 래퍼가 되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이 모호하다.

프로듀서 한해는 곡을 프로듀싱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뭘까?
솔직함. 나는 허풍, 쿨한 힙합이 어렵다. 돈이 없는데 돈이 많은 척을 못하겠다. 어떤 척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요즘은 그 자체를 재치로 받아들이는데 나는 못하겠다. 음악을 만들고 나서 프로듀싱 과정에서는 사실에 기반하여 포장을 하는 정도다. 왜냐하면 나의 이야기만 솔직하게 하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가 어렵더라.

포장은 감출 수도 있고 더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포장은 1차원 적이고 직관적으로 보이게 하는 과정이다. 선물은 포장을 함으로써 선물임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처럼. 내 음악을 대중들이 쉽게 공감했으면 좋겠다.

공감을 꼭 불러일으켜야 할까? 그렇다면 어디서 공감을 얻고 싶은지.
필수 요건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만 할 거야라고 마음먹으면 사실 상관없다. 나는 내 음악이 편지 같았으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의 편지를 읽으면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위로를 받는다. 내 음악을 듣고 누군가가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뿌듯하다. 누군가에게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Left)이너의 카무플라쥬 패턴 셔츠 리바이스(Levis), 굵은 짜임의 그린 니트 오오디(OOD), 사이드 포켓 디테일 블랙 팬츠 송지오 옴므(SONGZIO HOMME), 캔버스 재질의 베이지 스니커즈 컨버스(CONVERSE).
(Right) 컬러 패턴 셔츠, 블랙 피케 셔츠, 베이지 드레스 팬츠 모두 비욘드클로젯(beyondcloset), 블랙 드레스업 슈즈 렉켄(REKKEN).

 

비주얼 디렉터 한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OOD’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났는지.
처음에는 굿즈 형태로 시작했다. 앨범을 발매하면 티셔츠나 모자를 만들면서 의류 관련 일에 흥미를 느꼈다. 평소 옷을 좋아하긴 하지만 제작 관련해서는 잘 몰랐던 상황에서 전문 인력들의 제안을 받고 시작한 일이다.

그 전문가들은 왜 한해를 비주얼 디렉터로 선정했을까?
특유의 편안한 스타일? 트렌드를 쫒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 성향이 서로 맞았다.

비주얼 디렉터 한해가 OOD에 반영하고 싶었던 감성도 그런가?
그렇다. 유행을 선도하겠다 보다는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내 앨범에 ‘Organic Life’라는 앨범이 있는데, 농약을 뿌리지 않은 유기농보다 자체의 내추럴함이라고 생각한다. OOD에도 그 라인이 있다. 편안하고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스타일의. 대단한 철학을 가지고 너무 거창하게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커지고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브랜드 일은 즐기면서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나중에 본인만의 브랜드를 런칭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지?
있다. 지금도 OOD와 일을 하며 많이 배운다.

그 브랜드의 가치는 어땠으면 하는지?
나는 뻔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클래식한. 그렇다고 포멀한 스타일은 아니다. 스트리트 의류에서도 클래식한 스타일이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브랜드가 잘 없다. 어쩌면 진부하고 답답한 브랜드를 내가 해보고 싶다. (웃음)

폴로 랄프로렌은?
견줄 수가 없다. 감히 평가하고 싶지 않지만, 포멀함과 힙합적인 요소를 모두 가진 유일무이한 브랜드다. 힙합적인 역사도 있고 라인마다 주는 느낌도 다양하다. 나는 단순한 팬심으로 좋아하는 정도다. 랄프로렌 라인에서도 고리타분한 클래식한 아이템들을 좋아한다.

남친룩의 비결은 뭘까?
고리타분함 (웃음).

고리타분함 안에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완전 기본적인 아이템들의 조합이다. 하지만 컬러 조합은 신경 쓴다. 남친룩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진짜 남친처럼 입으면 느끼해지는 것 같다. ‘여자들이 좋아하게 입어야 해.’ 라고 접근하면 안 된다.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HANHAE 1ST CONCERT <About Time> 2019. 01. 27
PHOTOGRPAHER 5y studio PhotoScent


2019년, 한해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다.
상경한지 10년, 데뷔 9년 차, 나이 서른. 많은 생각이 든다.

10년, 서른 살. “10”이라는 숫자와 단위가 주는 감회는 새롭기 마련이다.
차근차근, 한 스텝씩 잘 밟아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미세한 성격의 변화와 노련해진 부분이 있다. 나이 서른이 실감이 난다거나 혹은 베테랑이 되었다는 느낌은 아니다. 또한 앞두고 있는 중요한 일이 있으니 건강하게 잘 다녀오자는 생각이다.

본인이 느끼는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달라.
나는 전형적인 부산 촌놈이었다. 표현이나 소통하는 행위를 어색하게 느끼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예전에는 방어적으로 “나는 원래 낯가리는 성격이야”라는 말도 많이 했다. 지금은 말도 많이 하는 편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재미를 느끼기도 하며 예전보다 행복해졌다. 또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되려는 욕심만 앞섰다면, 지금은 돈과 명예를 위해 선두에 서기보다 나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의 변화가 생겼다.

어디서 행복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생각보다 소소하다. 앨범 발매 후 긍정적인 평을 듣는 순간도 물론 행복하지만 이는 거창하다. 일단 남들과 비교하지 않게 되면서 소소한 행복들을 느낀다. 데뷔 후에 워낙 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부족함을 느꼈는데, 내가 누리는 일상의 행복들의 기준을 최대치로 잡고 보니 비교가 무의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행복해졌다.

한해는 대중들에게 ‘쇼미더머니’ 라는 프로그램을 빼고는 논할 수 없다. 경쟁 프로그램이니까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프로그램 전과 이후로 본인이 생각했던 비교에서 멀어질 수 있었을까?
나는 두 번이나 참가했다. 특히 첫 번째 참가 이후에 변화를 많이 느꼈다. 그때는 정말 절실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떤 래퍼들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음악만으로 인정받기보다는 미디어의 힘이 크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나는 미디어의 힘도 느꼈고 나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처음 느꼈기 때문이다. 음악에 있어서 자신감도 생겼고, 솔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원천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두 번째 참가할 때에는 경쟁과 비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1월의 마지막 주말에 콘서트에서 팬들을 마주한 소감은?
너무 벅찼다. 데뷔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각 시기마다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이 명확하기 때문에 그 다양한 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니 감흥이 새로웠다. 예를 들면 팬텀 활동 때부터 만났던 팬들, 쇼미더머니 출연 이후 나를 알게 된 팬들, 솔로 한해를 좋아해 주는 팬들. 콘서트를 하다 보면 부르는 곡이나 멘트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 시기들을 돌이키게 해주는 감동이 있었다.

한해를 어떻게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또는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니까 문득문득 생각나면 생각해주시는 걸로 만족하려 한다. 나를 아는 분들이 늘 건강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그리 멀지 않는 시간에 다시 돌아오면 돌아왔구나, 그들에게 기대감이라도 줄 수 있다면 행복하다.

 

체크 패턴 후드 셔츠, 코듀로이 소재의 그린 컬러 셋업 모두 라코스테 컬렉션(LACOSTE Collection), 피카소의 드로잉에서 영감을 받은 실버 라인으로 마감된 블랙 컬러의 라이터 에스.티. 듀퐁 파리(S.T. Dupont Paris),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영감을 받은 14K 로듐 플레이팅의 다크 블루 컬러 만년필 몽블랑(MONT BLANC).

 

지난 근 10년간의 아카이브에 만족하는가?
완전히 만족한다. 나는 단 한순간도 만족하지 않은 적은 없다. 아쉬운 적이 없을 수는 없다. 그때 내가 실수해서 한탄도 하고 후회도 했던 일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늘 믿는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순간은 없다.

후회하는 성격이 아닌가 보다.
그때는 몰랐으니까 지금 아는 것들이 많다. 다음에 더 잘해야지 하고 만다. 지난 콘서트에서도 사실 후회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시간이 부족했더라도 조금 더 연습할걸.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깨닫는 순간도 중요한 과정이니까.

완전히 만족한다는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은 아니다.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이 모습 그대로를 만족하기 때문이다.

한해의 지난 아카이브를 담아 본 오늘의 화보와 인터뷰, 18개월 뒤에 다시 같은 기획으로 만난다면 어떤 페이지가 있으면 좋을까?
화보를 찍으면서 재미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나만의 고리타분함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상황이의도하는 대로 또는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나중에 더 유명해지면 커버도 찍어보고 싶고. 문득 드는 생각이 다음에는 나의 의외성을 담아봐도 재밌겠다. 예를 들어 남친룩의 이미지가 있다면 완전히 남성적인 이미지로 풀어본다거나 혹은 완전히 내추럴한 모습. 내 모습 그대로.


EDITOR 이현직
PHOTOGRAPHER 윤형민
HAIR/MAKE UP 한주영(블랙립)
ASSISTANT 김상수
RETOUCH/DESIGN 목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