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고른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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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말들> 은유 어크로스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 날이면 왠지 모를 죄책감에 휩싸이곤 한다. 그런 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던진 말은 대게 확신에 찬 말이었다. 내가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죄다 잘 아는 것처럼 쉽게 뱉어버린 경우다.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은 그녀가 ‘겪은 일, 들은 말, 읽은 말들’로 엮은 에세이 모음이다. 일상에서 그녀에게 다가온 말들이 그녀가 읽은 책과 함께 어우러져 한 편의 글이 된다. 작가는 남다른 감수성으로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법한 일을 사려 깊은 자세로 바라본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을 읽다 보면, 무심코 말을 뱉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게 된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로 정리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존재(p.140)”이기를 바라면서 타인은 그렇지 않은 듯 단순 명료하게 평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된다. “이제 나는 확신에 찬 사람이 되지 않는 게 목표다(p.19)”라는 그녀의 다짐처럼, 나도 다짐해본다. 이제 나는 확신에 찬 말을 하지 않는 게 목표다.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 하현 빌리버튼

한때 아랍어를 공부해본 적이 있다. 취업에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친구와 함께 교재를 주문하고 문구점에 들러 공책까지 장만했더랬다. 강의를 듣고, 공책에 꼬부랑 아랍어를 끄적였던 것도 잠시 교재는 책장 어딘가로 사라져버렸고, 나의 ‘아랍어 도전기’는 막을 내렸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내 도전기와 달리 스페인어를 배운 과정을 책으로 만든 작가가 있다.

하현 작가의 신작,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였습니다>는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던 순간부터 종강 후의 나날까지 그러모은 성장기다. 그녀의 도전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그녀는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스페인어를 활용해 취업할 생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도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어떤 도전은 ‘흥미’만으로도 시작해볼 수 있고, 또 그 도전이 꼭 성공할 필요는 없다는 응원 때문일 거다. 실패가 익숙한 평범한 우리는 쉽게 자신을 자책하곤 하니까. 한 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계획들이 하나둘 어그러졌다면, 그녀의 책을 열어보자. 실패해도 괜찮은 도전을 위해.

 

CREDIT


EDITOR 이보영
PHOTO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