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직업, 다큐멘터리 ‘Loud & Proud’ 감독 조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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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일, 그는 한껏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행사 차 한국을 방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유명 축구선수
‘폴 포그바’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고, 이틀 뒤 폴란드에서 치뤄지는 ‘피파 U-20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한 항공편을 방금 막 예약했다고 했다. 일상이, 즐거움이 그리고 직업이 온통 축구였다.
그런 그가 축구 팬을 소재로한 다큐멘터리 영화 ‘Loud & Proud’의 감독으로 입봉한다.
그다지 놀랍지 않은 소식이다. 조금 설레고 기대 될 뿐.

 

 

STREET FOOT과의 인터뷰는 두 번째다. 그 사이 한 번의 월드컵이 더 있었고. 요즘 어때?

: 여전히 축구 펍 ‘굿넥’을 운영하는 중이다. 3년 전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던 패션 관련 일들은 많이 정리된 상태다. 그때보다 훨씬 ‘축구’에 집중하고 있다. 요즘은 ‘Loud & Proud(이하 라우드 앤 프라우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기간 동안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모든 순간들을 영상으로 담아왔고, 편집 제작 중이다.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로 막바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상상만 하고 미뤄 놨던 일들을 ‘라우드 앤 프라우드’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집약시켜 진행 중이다. 일에 탄력을 받았다고나 할까? 오랜 염원을 끝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이 모든 일들이 지금 현재 나의 일상, 그리고 삶이 되었다. 펍 운영도 중요하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 중이다. 아, 그리고 요새 느끼는 건데, 사실 나는 장사에는 소질이 없는 듯하다.

 

축구 다큐멘터리라 흥미가 간다. 몇 년 전까지는 생소했지만, 얼마 전 방영한 손흥민의 축구 다큐멘터리나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여러 축구 다큐멘터리가
최근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많다. 그런 다큐멘터리를 만든 건가?

: 우선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로 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전부터 다큐멘터리라는 장르가 트렌드가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실제로 다큐멘터리 제작 관련 학원을 다니며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아는 게 쌓여 갈수록 이 장르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고, 점점 내 영화에 대한 확신이생겼다. 흥행이 잘 될 거라는 확신은 아니다. 내가 보고 느낀 걸 그대로 전하기에 더 할 나위 없는 매개체이자 장르라는 사실에 대한 확신이다. 난 늘 축구에도 시대정신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신념이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과 맞물려 나에게 저널리즘을 심어주었다. 이런 모든 순간들을 언젠가, 누군가가 기억할 수 있게 기록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기록은 누군가 억지로 각색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아니길 바랬다. 그리고, 특정 축구 선수나 상황에 포커싱 되는 걸 원하지도 않는다. 내가 기록하고 담아낸 모습은 ‘축구 팬’과 ‘축구 문화’ 그 자체다.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이나 특별한 각본 대신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는 여러 나라의 수 많은 축구 팬들의 모습을, 그들과 같은 축구 팬의 시선으로 담고 싶었다.

 

지난 인터뷰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기간 동안현지에서 기록한 사진을 통해 브라질 여행기를 사진집으로 출판할 계획이 있었다고 했었다. 출판에 어려
움이 있었나? 그래서 영상을 만들자고 결심한 건가?

: 출판은 ‘못’ 한 것보다 ‘안’했다는 표현이 맞다. 2014년 월드컵 직후, 한국 축구에 대한 여론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는 상관없이 늘 그렇듯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런 분위기에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념한 사진집을 내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판매와는 별개로 그 멋진 기록들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사실 기록한 필름은 만족스럽다. 이런 가치 있는 기록과 사진은 그때 당시가 아니어도 언젠가 보여줄 기회가 있을 때 더 의미 있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 승리 이후로 그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출판 일정을 미룬 것과 별개로 영상 컨텐츠에 대한 니즈가 많다는 사실과 함께 내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아내기 최적화된 수단이 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촬영하거나 만들어 본적이 없을 텐데? 영상 제작은 열정으로만 될 일이 아닐 테고.

: 물론 촬영 스킬은 일자무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무언지 모르는 자신감이 있었다. 영상을 찍고 있는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이미지 트레이닝 했다. 그게 내 나름의 준비였다. 사실 촬영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혼자 출국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와 뜻을 같이 하는 두 명의 친구와 함께 동행하기로 했고, 그들의 도움이 컸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혼자서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라우드 앤 프라우드’ 직역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제목인가? 아니면 특별한 의미가 있나?

: 제목 선정이 제일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다. 직접 촬영한 여러나라의 축구 팬들의 사진을 보던 중 ‘Sing Loud , Sing Proud’라고 타투한 팬의 사진을 보게 되었고, 순간 느낌이 왔다. 단순히 다큐멘터리의 타이틀이 아닌 내 축구 인생의 슬로건이나 철학과도 같은 문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사실, 월드컵 전부터 작년 12월까지 ‘더 뷰티풀 게임’이라는 가제가 유력한 타이틀이었는데,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하필 동일한 타이틀의 축구 관련 뮤지컬과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같은 타이틀의 다른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탐탁하지 않았다. 지금의 ‘라우드 앤 프라우드’라는 타이틀만 한 제목은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라우드’는 뭔가 대중에게 전하는 나의 메세지 같은 느낌, ‘프라우드’는 변하지 않는 내 철학과 고집같은 느낌 이랄까?

 

 

얼마 전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봤다. 축구 팬으로서 축구에 엄청난 열정을 갖고 있는 여러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울컥 하더라. 촬영을 하는 동안 어떤 생각을 했나?

: 만약 자본이 투입되고 오롯이 내가 제작한 영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날것으로 촬영하지는 않았을 텐데, 이건 진짜 날 것이다. 응원하는 군중을 담은 넓은 장면보다는 축구 팬을 자처하는 여러 인물에 주목하였고. 감독과 인터뷰이의 관계가 아닌 팬과 팬의 시선과 장면을 담았다. 전문적이지 않은 이방인, 낯선 축구팬이 건네는 촬영 제안에도 격양되어 소리 지르고 촬영을 즐기는 모습들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방송사의 오피셜 한 장면과 앵글을 대신하여,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감동을 날 것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영상 촬영이 끝난 뒤에 생각해보니 축구는 소재일 뿐, 결국 이 다큐멘터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이 다큐멘터리의 진짜 메세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 사실대로 말해도 되나? ‘축구’라는 소재는 트릭이다. 다들 속았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뒤, 사람들이 ‘아, 여행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는 여러 나라의 축구 팬들을 통해 새로운 경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을 갖고 조금 더 충동적으로 속세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여행이야 말로 ‘진짜 짱’이니까.

그리고 하나 더 ‘역시, 축구가 멋있구나. 축구에 미친놈이 많구나 정말!’

 

 

당신의 그런 마음과 메세지를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분위기다.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진행되는 제작 후원금도 초기 목표금액을 훌쩍 넘어섰고, 축구 관련된 여러 매체와 사람들도 당신을 주목하고 있다. 필름 제작뿐 만 아니라 포스터, 굿즈 디자인 등 정말 많은 분야에서 당신을 돕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떤 이유인 것 같아?

: 부끄럽지만 텀블벅을 시작하고 이틀째, 여러 응원의 글과 후원에 눈물이 났다. 사실 내가 축구에 온전히 내 삶과 재능을 쏟고 있는 것에 ‘재능 낭비’라고 생각하는 주변 사람들이 많았다. 내 시작은 패션이었고 내 능력을 최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분야도 패션이었다. 한때 패션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사람들이 기대하는 ‘조승훈’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대부분 누군가에게 발목 잡힐 수도 있는 의무적인 상황을 만들었고, 좀 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에 지금과 같이 내가 정말 즐거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후원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패션계의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각기 다른 이유겠지만, 그들은 나에게 ‘응원을 넘어선 연민’, ‘잘 될 거라는 확신’,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을 전했다. 어쩌면 현실과 타협하는데 서툰 ‘몽상가’에 대한 응원과 ‘대리만족’이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함이다. 지금 내가하는 일에 대한 더 큰 자부심을 갖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인터뷰 당일(6월13일) 기준으로 최근 한국 축구의 흐름이 좋다. 경사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나 U-20 국가대표 선수들의 월드컵 결승 진출은 한국 축구의 또 하나의 역사다. 어때? 축구팬으로서? 단순히 좋고 기쁘다가 아닌 좀 더 깊은 팬심으로 본다면.

:사실 오던 길에 급하게 폴란드 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상상해본적도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피파가 주관하는 국제대회에 대한민국이 결승에 올랐다. 지금 나에게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사실 당장 내일과 이번 주말에도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지만, 이 역사적인 순간의 현장에는 내가 있어야만 한다. 생각해보면 최근 축구에 대한 우리나라 팬들의 관심이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로 가장 최고조인 시점인 것 같다. 손흥민과 같은 월드클래스의 선수를 비롯해 세계 주요 축구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 축구선수가 많으니까. 말 그대로 물 들어온 때다. 한국 팬덤 문화의 특징이기도 한 아이돌 팬덤 문화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축구선수 개인을 향한 아이돌화된 팬심이 그 덩어리가 커져서 많은 팬들을 모으는데 성공했으니까. 지금 같은 축구에 대한 관심과 팬 문화가 제대로 정착해야 10년, 20년 뒤가 더기대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궁굼해서 묻는다. 정말 어려운 질문이거나 정말 쉽다. 양자택일이다.

1) 축구를 하는 것 vs 축구를 보는 것?

쉽다. 당연히 축구하는 것.

2) 풀 스쿼드의 한일전 vs 맨유의 챔스 결승전?

이건 좀 고민이 된다. 그래도 고대하고 있는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3) 손흥민 vs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몰라서 묻나? 나 흥민이랑 메세지 주고받는 사이다.(매우 거만한 표정으로). 이왕이면 만날 가능성이 훨씬 적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가깝게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그리고 10년, 20년 뒤에 조승훈은 또 무엇을 하고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 뜬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자가 되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 특히 어린이. 좋은 어른의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이끌어 주고 싶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모습을 갖출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어느 순간에도 ‘축구 팬’이라는 직업이 내 소개 멘트의 첫 문장이 길 바란다.

 


 

EDITOR 오창문
PHOTO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