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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의 시선 [Stunning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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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도 색깔이 있다면 선우정아는 과연 무슨 색일까 의미 없는 궁리에 빠졌던 적이 있다.
강렬한 빨간빛이 번뜩하고 떠올랐다가 이내 순백의 하얀색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렇게 의미 없을 줄만 알았던 공상을 화보로 실현했다. 

 

답은 명료했다.
그의 음악을 하나의 색으로 나타내기란 애초에 불가능했던 거다.

오색빛깔 아니, 수만 가지 색을 지닌 선우정아의 본질은
이내 그가 표현하는 음악이란 매개체로 우리에게 전달됐다.
그 음악은 우리 가슴에 남아 또 다른 색을 내뿜겠지.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민트 코트는 CHANCECHANCE, 유니크한 프린팅 피케셔츠는 FRED PERRY x Raf Simons, 유니언 잭 포인트가 돋보이는 로퍼는 Dr. Martens

 

화보 촬영 중 모니터를 통해 본 선우정아의 눈빛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잘 나와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었다. 카메라는 늘 어렵다. (웃음)

함께 있으면서도 궁금했다. 자신을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선우정아를 어떤 사람이라 소개할 수 있을까?
수줍은 사람.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 (웃음)

곧 발매 예정인 정규 3집의 두 번째 앨범은 어떤 구성인가? 첫 번째 앨범이 시작을 의미하고 자조적인 태도가 전제였다면, 두 번째 앨범이 다루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첫 번째 앨범이었던 EP [Stand]와 마찬가지로 5곡이 수록된 EP 형태다. [Stand]의 자조적이고 칙
칙한 에너지가 시작이었던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솔직한 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저 구석 어딘가에는 반짝이는 마음도 있겠지. 두 번째 앨범 [Stunning]은 그런 반짝이는 것들을 담고 싶었다.

[Stand]의 타이틀곡 ‘쌤쌤 (SAMSAM)’을 쓰면서 절실함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고.
정규 앨범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확신이 필요했는데, 나에겐 그 확신이 절실함이었다는 의미
다. 어떤 이야기나 사운드를 아주 절실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들고 나니 정규 앨범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Stunning]은 그동안 보여줬던 선우정아의 음악과 또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타이틀곡 ‘CLASSIC’은 몽환적이기도, 아름답기도, 꽤 강인하기도 하다.
그냥 멋있는 곡을 하고 싶었다. 몽환적이고, 아름답고, 강인한 것들을 적절히 다 담아낸. 그래서 나
와 다른 취향을 가진 어떤 사람이 들어도 ‘멋있네’ 라는 결론에 도달할 만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블루 그린 컬러의 슈트는 MOONSUN, 볼드한 스트랩 구두는 Rachel Cox

 

‘봄처녀’를 통해 음악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보여줬고, 또 그만큼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선우정아에게 ‘봄처녀’는?
어쩌다 나온 노래. (웃음) 평소 곡을 쓰는 흐름으로 나온 곡이 아니었다. 달랐던 그 흐름을 만들어낸 건 당시 정신적 여유도 한몫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평소에는 그런 경쾌하고 키치한 음악을 정말 좋아하거든. 내게 가능성을 안겨준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려니’라는 곡은 가사와 보컬, 곡 자체에서 지독한 슬픔과 공허함이 느껴진다.
가사 그대로다. 끊어진 인연에 미련은 없지만, 그리운 마음을 막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흐른 노래였다.

‘그러려니’ 곡의 엔딩부에 들리는 아이들 소리는 자신이 옛날에 살던 아파트 베란다에서 녹음한 소리라고, 어떤 의미를 담았나?
그리움, 애잔함, 아련함이 담긴 순간이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 소리, 노을을 알리는 두부 트럭의 종소리, 베란다 창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와 저무는 하늘이 큰 감동을 선사해서 녹음했었다. 어디에 쓸 생각으로 녹음했던 건 아니고, 그냥 그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었다. 그로부터 몇 년 뒤 ‘그러려니’를 만들 때 문득 기억 속에서 그날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곡에 쓰려고 녹음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에 곡에 넣어봤다. 어제 싸우고 오늘 함께 뛰어노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부럽고 그리운 마음으로 곡에 자리 잡은 것 같다.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을 했지만, 아이유와 작업은 꽤 이색적이고 신선한 조합이었다.
그저 감사했다. 감동의 연속. (웃음) 같은 대중음악인이지만, 분명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나는 다른 방향의 대가(大家)와 작업할 때 배우고 느끼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그렇다. 아이유가 대가(大家)라는 말이다. (웃음)

선우정아의 곡을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처럼 깊이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
나도 참 신기하고 궁금하다. 대부분 내가 실제로 겪거나 생각한 것 위주로 곡을 만드는 편인데, 깊이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신 걸 보면,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냥 사람 사는 일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다르게 표현할 뿐, 그 속은 다 통하고 있을 것 같은.

 

 

 

선우정아의 가사는 돌려 말하는 법이 없다.
사실 엄청 돌려 표현하는 건데, 단어 선택이 직접적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좀 웃기다. 직접적인 단어로 우회적인 표현을 한다는 것이. 정말 직접적으로 표현한 곡은 몇 곡 안 되고, 내가 느끼는 것에 비해서는 많이 우회하고 순화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단어라도 직접적인 단어를 고르게 되는 것 같다. 단어마저 은유적이면 전달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완벽주의자 같기도, 혹은 결핍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선우정아는 둘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후자다. 너무 정확한 표현이라 멍하다. (웃음) 예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감정이 내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답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상실과 결핍으로 가득 차 있는 사람이고,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음악으로 그걸 채울 수 있다.

음악을 하면서 짊어지는 무게가 버겁기도 하겠다. 가늠할 수 없는 창작의 고통이라던가, 대중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던가. 이러한 일련의 시간 속에 선우정아의 숨구멍은 무엇인가?
유일하다는 자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음악이라는 것. 내가 잘 해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도 있는 유일한 가치라는 것.

재즈, 어쿠스틱, R&B, 일렉트로닉, 그리고 가요까지 장르 불문이다. 앞으로 선우정아의 음악적
방향성은 어느 곳에 다다를까?
나는 계획하고 음악을 만들지는 못해서, 어디로 갈지 전혀 모르겠다. 몰라서 즐겁기도 하고. (웃음)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어떤 가수로 남고 싶은지.
기꺼이 듣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지루하지 않은 음악인이 되고 싶다. 꼭.

 


 

Editor 황소희
Photographer 김하루
Stylist 이필성
Hair 살롱드뮤사이 진서
Makeup 살롱드뮤사이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