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고른 이 달의 책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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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사랑한다. 그것이 우리의 본능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사회적 교육의 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인류는 사랑을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여기며 예술, 문화, 역사 등 분야를 특정 지을 것도 없이 여기저기 열심히 등장시킨다. 이러한 것들의 영향을 받아 사랑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연스럽고도 깊숙하게 침투당한 당신은, 사랑의 추상적 개념에 대하여 어디까지 생각해봤는가? 한 번쯤이라도 그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을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하디 흔한 사랑 이야기다. 우연히 만난 주인공들이 서로를 운명의 상대로 여기지만 결국 이별하게 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되는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사랑의 행위들을 구구절절 감성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 사랑에 대한 에세이(Essays in Love)라는 원제에 걸맞게 사랑과 동반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철학적으로 분석하여 펼쳐놓는다. 놀라운 건 이러한 철학적 접근이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재미는 물론, 지대한 공감을 선사한다는 것. 다소 무거운 주제에 반하는 상쾌한 문체와 가벼우면서도 지적인 유머가 지겹기 짝이 없는 러브스토리에 청량감을 선사하며 순식간에 당신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갈 것이다.

‘나는 이제 그녀의 말에서 통찰이나 유머를 찾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서 완벽함을 찾아내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었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그녀의 모든 농담을, 실마리를 놓치곤 하는 모든 사유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을 이입하기 위하여 나 자신에게 몰두하는 것을 포기할 준비, 그녀의 유년의 역사가가 될 준비, 그녀의 모든 사랑과 공포를 배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23p)

현재 운명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는데, 간혹 혼자서는 도무지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질 때 이 책을 펼쳐보곤 한다. 그러면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떠오르면서, 잠시 어디론가 떠나갔던 사랑이 헐레벌떡 돌아와 다시금 마음을 지배한다. 마음에 드는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보는 습성을 가진 나라서 이렇게 독자 여러분께 출간한지 꽤 된 책을 소개하게 되었지만, 혹시나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의 연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과 천재적인 서술에 반해버리는 것은 덤.


EDITOR 구자현
PHOTO 자료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