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the Next CHOON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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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식당의 CEO, 패션 브랜드 디렉터, 인플루언서 등 최수영을 수식하는 것들이 많다.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수식어는 무엇인가?
춘식이. (웃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내겐 자기만족이 더 중요하다. 춘식이는 또 다른 내 자아인 존재다. 섬세하고, 소심하고, 예민한 부분을 가진 최수영과 유쾌하고 거침없는 춘식이라는 모습. 춘식이는 항상 행복한 걸 더 찾으려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다. 때론 아님 말고 식이지. (웃음) 그럴 때의 춘식이가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장 가깝다. 물론 최수영의 섬세한 부분도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겠지.

춘식이. 본명 최수영이 어색할 만큼 잘 어울린다. 춘식이의 탄생 비화가 궁금한데?
중학교 때부터 별명이다. 그때 당시 선생님께서 우연히 나를 춘식이라 불렀는데, 주변 친구들은 그게 꽤 웃겼던지 그 후론 내 이름보다 춘식이로 불리는 일이 더 많았지.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고, 초등학교 졸업한 후론 줄곧 삭발 스타일을 고수했다. 그래서 춘식이라는 별명이 더 잘 어울렸으려나. (웃음)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춘식이가 사람들 뇌리에 깊이 박힌 건 확실하다. 남들이 즐거워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지.

 

 

지금의 춘식이 있기까지 10년간 몸담았던 카시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않나.
옷이랑 신발, 힙합을 되게 좋아했다. 그래서 랩도 했었지.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집합체가 카시나였기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매장 세일즈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10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카시나 본사에서 일하고 있더라고.

오랜 시간 카시나에서 일하면서 성장하고 얻은 것이 많겠다. 반면에 잃은 것도 있을까?
희로애락이 있었지. 이은혁 대표에게 배운 것도 많다.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지. 잃은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춘식이를 좀 잃었던 것 같다. 카시나에 들어가기 전, 20대 초반의 춘식이는 나만의 매력이 있던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내 이름 앞에는 카시나가 붙더라. 업무 특성상 항상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고, 유연성 있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 한계를 맞이한 거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에 원형 탈모까지 왔거든. 힘들기도 했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상적인 걸 좋아하지만 마냥 이상을 쫓는 게 아닌, 현실적인 부분부터 나아가려는 마음가짐도 과거 경험에서 얻은 결과이다. 카시나에서 일한 경험이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쉽지 않았겠다
어느 순간 꼰대가 되어있는 나를 발견했다. 내가 경험했던 결과가 답이라고 생각했지. 나와 회사 모두에게 발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새로운 걸 제안하고 트렌디한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나는 뒤처진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 퇴사를 결심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 당시 패션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느꼈다. 스트릿 문화나 패션, 힙합, 음악 이런 것들에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더라고. 이러다가는 내가 병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더 늦기 전에 20대 때의 내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다시 한번 20대의 나로 돌아가서 인생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이었지.

카시나를 퇴사하고 돌연 요식업을 시작한 것도 그 이유에서일까?
내가 가장 재미있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게 맛있는 걸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간.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춘식당이 봄 춘(春) 먹을 식(喰) 무리 당(黨) 자이다. 봄을 먹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인데, 사실 춘식이의 집이 더 걸맞다.

춘식당은 최수영과 춘식이의 어느 교집합, 그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공간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도전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 도전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큰 목표를 가지는 것은 아니고, 그저 부담 없이 도전을 즐기는 거다. 춘식당도 새로운 도전의 첫걸음이었다. 춘식당을 시작하면서 요식업에 대해 공부하고, 춘식당을 통해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됐지. 카시나와 춘식당은 내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공간이다.

 

 

최근 론칭한 브랜드 엑스트라오디너리 역시 춘식이의 새로운 도전인가?
오래 알고 지낸 동생이 그래픽 디자이너인데, 의류를 굉장히 좋아한다. 나는 패션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놓을 순 없었는지 새로운 걸 만들자고 제안하는 동생과 공동대표로 함께 시작하게 됐다. 브랜드 행사를 가거나 의류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그 친구들과 패션 전반에 대해, 트렌디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이제 나는 제 3자가 된 것 같았다. 그런 게 있지 않나. 하던 걸 안 하면 또 하고 싶어지는 거지. 돈을 떠나서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미로 한번 도전해보자 했는데, 생각보다 판이 커졌다. (웃음)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부담감도 적지 않았겠다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는 거지. 실패했다면 내가 부족하기 때문인 거고, 부족한 게 뭔지 확실하게 알게 되는 과정이니까. 가장 중요한 건 엑스트라오디너리를 함께 이끄는 5명의 호흡이다. 그래픽 디자인과 제품에 대해서 판매를 위한 코멘트를 제외하고 99.9% 팀원에게 맡긴다. 나는 팀원을 믿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이지. 나는 그 친구들이 원하는 방향성을 지지하고, 부족한 부분은 서포트할 뿐이다. 카시나에서 세일즈마케팅 부장으로 있을 때는 독단적인 부분이 많았다. 내 의견이 맞다 생각하고, 다른 이는 신뢰하지 않았지. 엑스트라오디너리를 이끌면서 카시나에서 일했던 경험이 바탕이 되기도 했다. 팀원에 대한 믿음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

엑스트라오디너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가 생각했던 옷, 그래픽을 만들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지. 거창한 의미나 목표는 두지 않으려고 한다. 너무 정확한 의미를 두는 순간 내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더라고. 하나의 의미에 고립되지 않고, 유연하고 다양한 것을 고찰하고 수용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트라오디너리라는 이름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 것 같지만 또 평범할 수 있는 그런 모습.

 

 

2019년 막바지에 다 달았다. 남은 계획이 있다면?
엑스트라오디너리를 론칭한 지 1년도 안 됐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다듬어가는 시기라 조금 더 단단하게 구축하고 싶다. 춘식당도 버전 업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내년 초쯤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다. 올 한해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지치기도 하고 힘든 일도 있었는데 그만큼 더 성숙하고 단단해졌지.

춘식이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가볍게 이야기하면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연기도 해보고 싶고, 유튜버도 하고 싶은데, 그런 것보다는 다양한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는 사람. 한 발짝 물러서면 더 많은 것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나. 그래서 더 많은 걸 보고 담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진 않겠지? (웃음)

 

 


 

EDITOR 황소희
PHOTOGRAPHER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