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Think Of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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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설득한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온통 그의 목소리로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십센치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설득.
어떤 것에도 방해 받지 않고 오롯이 권정열의 목소리에 집중할 시간이다.

 


 

 

3년 만에 정규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부담감이 적지 않겠다
뭐든 항상 부담이다. (웃음) 아직은 완전 초기 단계라 즐겁게 하는 상황이지. 곡 작업이 점점 진행될수록 힘들어질 텐데, 지금은 엄청 재미있는 단계다.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고통이 시작되거든.

꾸준히 싱글 앨범 작업을 해오다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나
꽤 오래전에는 앨범 작업 외에 다른 활동이 부질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싱글 앨범을 자주 발매하는 게 더 멋지다고 생각했거든. 그러다 문득 작년에 연말 콘서트를 끝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번에 정규 앨범을 발매해야겠구나. 유튜브를 통해서 정규 앨범 발매 계획을 밝혔는데, 금방 나오는 줄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 진짜 초기 단계라서 언제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어떤 스토리를 담을 건지도 미정인가
원래 멜로디부터 쓰거든, 그래서 스토리 자체가 아예 없다. 앨범 제작을 계획했을 때, 추상적이게 나마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저번 4집 앨범에는 밝은 곡들 위주로 수록됐는데, 다 듣고 나면 뭔가 조금은 침울하거든. 그래서 이번에는 지난 3년 동안 굉장히 행복했으니, 그런 행복한 기억을 담아서 들었을 때 기분 좋아지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

정규 앨범 제작 과정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면서 진행 중이지 않나, 리스너들의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들릴 텐데
그렇지. 나는 원래 피드백에 잘 휩쓸리는 편이라 절대 반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되게 날카로운 이야기도 많거든. 막 떠오른 멜로디를 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단계라 아직은 특별한 반응은 없다. 더 진행될수록 리스너들과 많이 소통을 할 수 있겠지. 사실 이렇게 모든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게 쉽진 않은 결정이었다. 오히려 앨범을 발매했을 때 실망하거나, 혹은 제작 과정이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일까봐 걱정도 됐지. 그런 부분을 감추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최대한 많은 걸 내려놓고 다 보여주고 싶더라.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이지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아직 습작의 단계이지만, 행복의 그림을 담고 싶다고. 그 행복 속에 십센치 특유의 찌질한 감성도 묻어날까
그건 녹여내고 싶지 않아도 나온다. (웃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찌질한 감성이 있나 보다.

 

블랙 레더 제킷과 레트로풍의 니트 베스트는 ORDINARY PEOPLE, 롤업 팬츠는 LOEWE, 블랙 로퍼는 ANDERSSON BELL, 컬러 프레임 아이웨어는 TONYSAME, 레터링 골드 네크리스는 BALENCIAGA

 

십센치 음악은 감정의 호소가 아니라 듣는 이에게 직접적으로 설득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되게 멋진 말인 것 같다. 설득한다는 거. 멋진 말임과 동시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은 게, 십센치 노래는 정말로 가사에서 뭘 해달라고 많이 한다. (웃음) 십센치 가사 주인공은 원하는 걸 자기 능력으로 해낼 수 없는 친구다. 능력이 안 되는 친구라 항상 듣는 당사자에게 무언가를 원하고, 해달라고 부탁하고 조르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설득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발매했던 ‘방에 모기가 있어’도 그런 맥락이지 않나, 심지어 방에 모기처럼 사소한 것을 보더라도 자신을 생각해주길 바라니까
맞다. (웃음)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사실 ‘방에 모기가 있어’의 작곡 의도는 십센치 최초의 팬송이랄까. 주변에 음악 동료들은 팬송이 하나씩 있거든. 그게 부러웠다. 공연 끝날 때쯤에 팬들을 위한 노래로 마무리하는 게 참 좋아 보이더라고. 근데 또 막상 전형적인 팬송을 하려니 아직은 막 간지럽더라. 그래서 십센치 스타일로 팬송을 만들었지. 감사한 마음을 멋지게 말하는 게 아니라 ‘나는 질투가 많으니까, 계속 십센치만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도대체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냐’ 이런 생각에서 만든 노래다. (웃음)

가사를 보면 사물이든 사람이든 그 모든 것에 남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 같다. 정말 평범한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스토리를 만들어낸달까
되게 듣고 싶었던 칭찬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거든. 오히려 시선은 되게 무난한데, 그걸 풀어내는 말투가 조금 특이하려나 생각했지.

요즘 고민은 없나
앨범. (웃음) 다 앨범에 관련된 고민뿐이다. 앨범 제작 과정을 유튜브로 공개하는 것도 어떤 확신이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거든.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거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공유하고 싶은데 아직은 이런 부분이 고민스럽다. 아, 어젯밤에는 오늘 화보가 걱정이었다. (웃음) 최근에 살이 좀 쪘거든. 작년 연말 콘서트 때 급하게 다이어트했다가 흔히 말하는 요요가 왔는지, 아휴. 콘서트 끝나고 한 달 반 정도 행복하게 살았다. (웃음)

 


권정열의 관심사
생각보다 재미없이 산다. (웃음) 취미도 없고, 노는 것도 작업실에서 노는 게 전부라.

작업실에서 노는 거라면, 일터에서 노는 게 아닌가. 노는 게 노는 게 아닐 거 같은데
나는 다행히 상사는 없으니까. (웃음) 작업실에 음악 하는 친구들이 종종 모인다. 다들 취미도 없고 술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걸 좋아한다.

음악인들이 모인다고 하니 악기 하나씩 연주하면서 즉석에서 멋진 곡이 탄생할 것 같은 이상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게 아름답게 되진 않는다. (웃음) 물론 친구들이 나와 같이 싱어송라이터들이다 보니 작업실에서 같이 작업하면서 논다. 음악 이야기를 주로 하고, 실제로 작업하는데 서로 참견도 많이 하지. 이렇게 말만 들으면 정말 이상적인데, 썩 그렇지도 않다. (웃음)

음악이 아닌 다른 취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떤가
가끔 취미를 가지기도 한다. 갑자기 꽂혀서 불타올랐다가 1~2년 안에 끝나버리지만. 재작년까지 볼링을 열심히 쳤는데, 어느 순간 볼링장을 가는 것도 귀찮더라.

좋아하는 단어
갑자기 이런 질문을 받으니, 돈, 명예 막 이런 게 떠오른다. (웃음) 본심은 아닌데 머릿속에는 자꾸 성공, 권력, 이런 것밖에 생각이 안나. 농담이고. 집중이라는 단어. 지금도 엄청 집중하고 있다. 요즘에는 내 삶에서 앨범이라는 부분에 가장 큰 집중을 쏟고 있지. 집중하는 순간이 굉장히 즐겁고 행복하다.

십센치가 그려나갈 음악관
많은 분들이 들어주면 그게 제일 좋은 거지.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 내 마음에 드는 곡을 만들면 듣는 사람들이 판단하겠지’라고 굉장히 1차원적인 생각을 했었다. 몇 년 해보니까 그렇지도 않더라고. 지금은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에 담고 싶다. 예전에는 꽤 자기중심적인 작업관이었는데, 지금은 좀 반대지. 오히려 리스너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이 생겨서, 더 책임감이 생기더라. 과거에는 십센치가 멋있고 무게감 있고, 존경받는 음악을 하길 추구했거든.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서 노력한 적도 있고. 지금은 늘 하는 말인데 특별히 보잘것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멋 부리지 않아도 존재감이 있는 그런 음악.

후드 디테일이 돋보이는 아우터와 오버 핏 롱셔츠는 PIMENT, 화이트 롤업 팬츠는 RANDOM IDENTITIES, 볼드한 벨트와 블랙 슈즈는 ANDERSSON BELL, 클래식한 아이웨어는 GREY ANT

 


 

EDITOR HWANG SO HEE
PHOTOGRAPHER KIM YEON JOONG
STYLIST AHN DOO HO
HAIR GU YE YOUNG
MAKEUP KIM YUN JUNG
STATION LOTTE DEPARTMENT AVENUEL WORLD TOW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