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박건우 인터뷰] 유에서 무, 무에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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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커를 좋아하는 두 아티스트 루디와 박건우는 완전히 다른 작업 방식으로 스니커를 작품으로 만들어 낸다. 각기 유에서 무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두 아티스트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스니커 해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루디 (왼쪽) / 테이핑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건우 (오른쪽)

Q 자기소개 부탁한다
루디 : 스니커 해체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루디 인다 하우스의 루디다.
건우 : 테이핑 아티스트 박건우다. 테이프라는 소재를 가지고 오버래핑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작업을 한다.

Q 최근 작업활동이나 근황은?
루디 : 상반기 해외 일정이 코로나 19로 인해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활동적인 부분과 수입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생겼다. 작년에는 해외 전시 활동을 하면서 만난 아티스트들과 다음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런 부분들이 막혀 있다 보니 답답하다. 개인적인 문제로 작업 속도가 주춤하기도 했고.

건우 : 마찬가지로 코로나 19로 인해 힘들게 보내고 있다. 차라리 취소되면 마음이 편할 국내외 전시 일정이 코로나 19로 인해 계속 연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정에 맞춰 준비를 안 할 수는 없고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요돼서 힘들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 예방 수칙도 준수하며 점점 상황이 좋아지는 추세라 곧 개인 전시를 진행한다.

Q 스니커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루디 : 농구와 90년대 힙합 문화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졌다. 나름 래퍼로 활동도 했었다. 래퍼들은 보면 늘 좋은 신발을 신고 나오잖아? 넬리(Nelly)같은 경우는 ‘에어 포스 원’이라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신발에 대해 굉장히 집착했지. 아! 참고로 내 첫 나이키 슈즈는 H.O.T.가 착용한 걸 보고 따라 산 에어 모어 업템포다. (웃음)

건우 : 어렸을 때 운동도 잘했고, 스포츠를 굉장히 좋아했다. 당시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항상 특정 브랜드의 신상 신발을 신고 나왔는데 그게 정말 부러웠다. 특히 NBA 농구선수들이 시그니처 농구화를 신고 등장하거나 구할 수 없는 덩크나 에어 포스 시리즈를 신고 등장할 때. 당시 스포츠 선수들이 정장에 에어 포스 원이나 덩크를 신는 모습을 보고 교복에 흰색 에어 포스 원을 신었던 기억이 난다.

 

Q 신발 해체 작업을 진행하게 된 계기는?
루디 : 피규어 아티스트 쿨레인이 만든 6인치 피규어가 신는 5.5cm짜리 운동화가 진짜 신발과 똑같이 만들어 졌다는 걸 알고 신발의 구조가 궁금했다. 신발 내부는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 작업 초기에는 나와 같은 호기심을 갖고 있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뜯곤 했는데, 이왕 뜯는 거 멋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중에 띄운 상태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걸 예술로 승화시키자는 거창한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이게 아트라고 불리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고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웠다.

Q 뜯었을때 놀랐던 부분 있었나?
루디 : 신발은 다 똑같구나. (웃음) 발렌시아가도 뜯어보고 에어 포스 원도 뜯어 봤지만, 신발은 다 똑같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브랜드가 상품에 부여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똑같이 만든 신발인데 가격 차이가 있는걸 보면 브랜드가 주는 가치나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Q 유독 뜯기 힘들었던 신발은?
루디 : 아식스 젤 마이. 접착이 진짜 세다. 실밥 부분은 칼로 자르면 다 똑같은데 접착된 부분이 너무 강했다.

 

Q 테이프로 신발을 만들게 된 계기는?
건우 : 아트웍의 시작은 금속으로 제작한 신발이었다. 작업할 때 금속을 고정할 틀이 필요했는데 당시에 아무런 기반이 없었고 테이프로 고정 틀을 만들어 철판으로 덮었다. 완성 시켰을 땐 뿌듯한 마음도 들었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작업물에 욕심이 생겼다. 나만의 뭔가를 찾고자 일일이 금속을 다 풀어헤치던 와중에 스탠드 조명에 반사된 스니커즈 모양의 고정 틀 테이프를 발견했다. 금속 보다 훨씬 다양한 패턴이 오버랩 되어 나오는 걸 보고 이걸로 작업하면 더욱 다양하게 색감과 무늬를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지. 정말 우연한 계기다.

 

Q 제품들 퀄리티가 너무 좋던데 주로 쓰는 테이프가 정해져있나?
건우 : 테이프 종류는 다양하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마스킹 테이프도 있고, 해외에서 구매한 고가의 테이프도 있다. 표현해야 할 색감이나 소재에 따라 다양한 테이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히 쓰는 테이프가 정해져 있진 않다. 이제는 단종이 돼서 구매할 수 없는 테이프들도 있는데 그런 테이프들은 정말 아껴쓰고 있다.

Q 재료적인 부분에서 신경이 많이 쓰이겠다.
건우 : 그렇다. 테이프가 유화만큼 비싸기도 하고, 한 작품당 70m 정도의 테이프를 사용하니까 개인전 준비를 위한 테이프 비용만 500만원 정도가 든다.

루디 : 오프화이트 시카고 가격이네? (웃음)
건우 : 그래서 매번 오프화이트 시카고를 못 샀다. 살 수 있는 돈을 모았지만, 작업할 때 다 써버렸거든.
루디 : 생각해 보니 우리 둘 다 좋은 신발을 제대로 신지는 못하네. 나도 신발 사면 다 뜯어버리니까.

 

Q 신발이라는 공통 주제 속에서 아티스트 루디는 신발을 해체하고, 아티스트 건우는 테이프로 신발을 만든다. 서로 상반된 작업 방식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가?
루디 : 처음 건우 작품을 봤을 때 그 감동은 어마어마했다. 테이프가 면적이 넓은 것도 아니고 손가락 마디만큼의 길이를 붙이고 붙인 작업이라는 걸 듣고 진정한 장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멋진 친구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한다.

건우 : 첫 작품인 업템포 영상으로 루디의 작품을 봤다. 힙한 음악에 맞춰 업템포를 해체하던 모습이 신기하고 충격적이었다. 처음 봤던 아트웍 작업이자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부분이었으니까. 신기하게도 루디의 영상을 보면 ‘저걸 왜 뜯지’ 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의미가 있어서 뜯는구나’ 라고 느껴졌다. 오프화이트 X 에어 조던1 시카고 모델을 뜯는 영상에서 격하게 실밥 날리는 모습과 케이블 타이를 자르는 부분이 파격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Q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루디 : 비주얼적으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나이키 션 우더스푼 맥스와 오프화이트 X 에어 조던1 시카고 모델. 오프 화이트 시카고는 나이키와 오프 화이트의 시작을 알린 기념적인 모델이다. 그래서인지 이 신발을 작업하고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나이키 션 우더스푼 맥스는 실제로 정가 구매 후 작업을 진행했는데, 션 우더스푼이 직접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내 작업물을 소개했고 어떤 인터뷰에서 내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해외 매거진인 하우스 오브 힛에 ‘스니커즈 아티스트 루디’ 라고 소개되면서 정말 뜻 깊은 작품이 됐다.

건우 : 모든 작품은 다 소중하다. 만들 때마다 새로운 작업이 들어가고 매번 어려움을 겪거든. 같은 작품을 또 만들면 흥미가 떨어져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한다. 그렇게 만든 작품들을 보면 딱 어느 작품을 가장 아낀다고 결정하기가 어렵다. 공을 많이 들인 탓에 이전 작품들을 보며 마음도 다잡을 수 있고,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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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루디 : 오프화이트 X 에어 조던1 시카고 모델은 하입비스트와 같이 진행했던 작품으로 조형 모양의 신발은 접근성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체된 소재들을 펼쳐 액자에 걸어두면 작품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발전시켰고 작품에 아이덴티티를 넣고 싶어 오프 화이트 시카고의 신발 상자를 펼쳐서 함께 붙였다. 이후에도 신발이 갖고 있는 이야기 요소를 액자에 넣어 아이덴티티를 부여했다. 피스마이너스원은 데이지 꽃을 사서 붙였고 션 우더스푼은 물결 라인의 디테일을 작품에 활용했다.

건우 : 오프 화이트 에어 조던 1 시카고는 더 텐 시리즈 중 제일 좋아했던 모델이다. 신발은 구할수 없었지만, 나는 만들어서 신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실제로 대리만족도 됐다. 그 다음 만들었던 트래비스 스캇 포스와 청키덩키, 에어 디올은 발매 전 SNS나 해외 매거진에서 유출된 이미지만 보고 만들었다. 황당하면서도 뿌듯했던 작품은 에어 디올이다. 작품을 완성하고 착용하고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디올 스니커즈의 헤드 디자이너 티보에게 디엠이 왔다. 신발을 어떻게 구했냐고. 직접 만든 거라고 답변했더니, ‘이걸 만들었다고?’ 하면서 놀랐던 일이 있었지. 로우 모델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요청까지 했었다. (웃음)

Q 인스타그램 하니까 생각났는데, 슈프림 뉴욕 인스타그램 계정이 루디를 차단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루디 : 사실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웃음) 사실 어그로 끌려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긴 했는데, 왜 차단했는지 모르겠다. 미국 가서 슈프림 옷 몇 번 산 게 전부고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도 황당하다.

 

Q 에어 디올은 리셀 가격이 2,100만원까지 올랐다. 스니커테크(스니커즈+제테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리셀 시장은 커졌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루디 : 딱히 리셀로 신발을 사거나 판매를 하진 않지만,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된 한국의 리셀 문화를 재밌게 보는 사람 중 하나다. 뉴욕에 3년 정도 살았는데, 현지에서 봤던 리셀러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미국은 선착순 발매를 위한 캠핑 문화가 발달됐고, 캠핑이 있는 날에는 해당 매장에 경찰이 배치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한 흑인이 선착순 구매에 성공하고 신발을 들고나오면서 캠핑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리셀가격을 외치면서 나왔다. 그 당당한 모습과 쿨하게 흥정에 임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Q 그 부분을 제재하는 사람은 없었나?
루디 : 아무도 없었다. (웃음) 심지어 그 자리에서 거래가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경제적인 수익이 없어서 부모님과 같이 캠핑을 한다. 부모들이 신발을 사주고 싶어 캠핑했는데, 구매에 실패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직거래로 사기도 한다. 한국은 리셀 문화가 아직 완벽하게 자리 잡히지 않아 리셀러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다. 신발을 사고 바로 커뮤니티에 판매 글을 올리면 비난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며칠이 지나고 올리는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 듯 이야기 한다.

건우 : 리셀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하지 못했던 신발을 금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살 수도 있고 그런 부분들이 삶에 있어 동기부여가 되니까. 리셀러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하는 신발을 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건 분명하고 모든 거래에 있어 판매자는 당연히 이윤을 남기고 싶어하니까 프리미엄이 붙는 것도 이해된다. 물론 터무니없이 비싸면 안 되겠지만. (웃음) 무엇보다 운 좋게 당첨되고 당첨된 신발의 가격이 오르는 예상치 못한 전개를 보는 것도 재밌다.

 

Q 한국의 스니커 신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루디 : 다른 나라의 좋은 문화가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춰 정착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그 현상을 막는 건 그 문화를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이더라. 우리나라의 스니커 신도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에 비해 폐쇄적이며 특별한 사람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처럼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진행되는 스니커 행사인 ‘스니커 하우스’는 유명 스니커 커뮤니티에서 제대로 언급되지도 다뤄지지도 않는다. 신발을 좋아하는 수십만 명이 있는 커뮤니티에 이런 행사를 알릴 수 있으면 한국 스니커 신이 더 커지고 활발해질 텐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커뮤니티, 매거진, 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의 채널들이 단순히 스니커를 수익의 수단으로 생각해서일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진정으로 스니커를 즐기는 문화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다.

건우 : 우리나라의 스니커 시장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중개 플랫폼도 별로 없었고, 단순히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거래를 하거나 중고샵을 통해 거래했다. 지금은 발 빠른 대기업에서도 스니커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 돈이 된다고 생각하거든. 물론 기업에게 이윤 추구는 당연하지만, 미국의 콤플렉스 콘이나 스니커콘, 하입비스콘처럼 문화적인 가치투자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이윤만 추구하는 스니커 시장은 오래가지 않을게 분명하다.

 

 

Q 앞으로 일정과 계획은?
루디 : 당연히 신발 해체 작업은 계속한다. 현재 구찌와 함께 작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9월에는 명품 스니커를 해체하는 모습을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독일 출판사에서 전 세계 16개국 언어로 만들어진 스니커즈 책을 발간하는데, 그 책에 내 이야기도 실릴 예정이다. 조만간 스니커를 좋아하는 루디의 모습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만나게 될거다.

건우 : 브랜드들과 협업 계획도 있고, 다양한 영상 컨텐츠에 참여할 것 같다. 8월에는 가구 브랜드 일룸의 세컨드 브랜드 데스커에서 주최하는 갤러리에 개인전을 오픈했다. 10월까지 전시 중 이니까 관심있는 독자들은 방문해줬으면 좋겠다. 코로나 19로 인해 밀렸던 행사들이 하반기에 몰려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바쁘게 지낼 준비 중이다.

 


EDITOR  주동원
PHOTO   윤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