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Misfortune, Only Dys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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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의 세계는 헛된 희망만 줄뿐.
오직 절망만이 가득한 비현실적 세상을 그린 영화들.

EDITOR 황소희
PHOTO 자료제공


설국열차 I Snowpiercer, 2013
감독 I 봉준호 주연 I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기상 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 그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는 궤도를 달린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 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을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구는 앞쪽 칸. 열차 안의 세상은 절대 평등하지 않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17년째, 꼬리 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크리스 에반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킨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는 영화의 국적성 자체가 무색한 설정과 계급 갈등 소재를 다룬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봉준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더해져 절망 속에서도 상상력의 경계를 넓히는 탄탄한 작품을 완성했다.


엘리시움 I Elysium, 2013
감독 I 닐 블롬캠프 주연 I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서기 2154년 미래를 배경으로 호화로운 우주 정거장 엘리시움에 사는 코디네이터스 계급과 황폐해진 지구에 사는 하층민들의 갈등을 그린 영화 <엘리시움>. 지구 대기권 밖에 건설된 인공 행성 스페이스 콜로니를 일컫는 엘리시움에는 모든 질병을 치료해주는 의료시스템과 아름답고 깨끗한 정원을 비롯한 주거환경, 풍부한 식량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유로움과 행복만이 존재하는 듯하다. 단, 이 행운을 누릴수 있는 자들은 전체 인구 중 상위 1%뿐. 나머지 99%의 인구는 전쟁, 기아, 질병 등의 위험이 도사리는 지구에서 거주하며 하루하루 힘든 노동을 통해 살아간다. 하나의 인류에게 주어진 극과 극 두 개의 세상에서 인류의 미래가 걸린 최후의 생존 전쟁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의 설정은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세상은 언젠가 <엘리시움>의 세상처럼 될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 I Blindness, 2008
감독 I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주연 I 줄리안 무어, 마크 러팔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대니 글로버

평범한 어느 날 오후,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차를 세운다. 이후 그를 집에 데려다준 남자도, 그를 간호한 아내도, 남자가 치료받기 위해 들른 병원의 환자들도, 그를 치료한 안과 의사도 모두 눈이 멀어버린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앞이 보이지 않는 정체불명의 이상 현상. 눈먼 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그들을 병원에 격리수용하고, 세상의 앞 못 보는 자들이 모두 한 장소에 모인다. 그리고 남편을 지키기 위해 눈먼 자처럼 행동하는 앞을 볼 수 있는 한 여인(줄리안 무어)이 있다. 모두가 눈이 멀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병동에서 충격적인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오직 한 명. 전염병처럼 시각을 잃어가는 비극적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선과 악을 그려내며, 보아야 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는 인간의 끝이 얼마나 절망적인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인터스텔라 I Interstellar, 2014
감독 I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I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미래가 찾아왔다. 지난 20세기에 범한 잘못이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 사태를 일으켰고, NASA마저 해체했다. 점점 황폐해져 가는 지구를 대체할 인류의 터전을 찾기 위해 새롭게 발견된 웜홀을 통해 항성 간 우주여행을 떠나는 탐험가들의 모험이 연대기 순으로 이어진다.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한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희망을 찾아 광활한 우주로 떠난 이들. 끝이 보이지 않는 우주에서 희미한 불빛을 내뿜는 인듀어런스호처럼 그 어떤 생명체보다 강력한 의지라는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내는 메시지를 던진 작품이다. 2시간 50분의 긴 러닝타임이지만 영화는 경이롭다는 찬사를 받으며,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I What Happened to Monday?, 2017
감독 I 토미 위르콜라 주연 I 누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인구 과잉과 식량난에 시달리는 미래. 1가구 1자녀 ‘산아제한법’으로 인구 증가를 통제하는 사회에서 태어나서는 안 될 일곱 쌍둥이가 태어났다. 이들을 몰래 키우기로 결심한 외할아버지 테렌스 셋맨(윌렘 대포)은 먼데이, 튜즈데이, 웬즈데이, 써스데이, 프라이데이, 새터데이, 선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쌍둥이들이 모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엄격한 규칙을 만든다. 첫째, ‘카렌 셋맨’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살 것. 둘째,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만 외출할 것. 셋째, 외출해서 한 일은 모두에게 공유할 것. 어느 월요일 저녁, 평소처럼 출근했던 ‘먼데이’가 갑자기 사라지고, 목숨을 건 일곱 쌍둥이의 이야기를 액션 스릴러 장르로 풀어냈다. 하나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7명의 삶과 갈등, 사회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1인 7역을 소화하는 누미 라파스의 연기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


브이 포 벤데타 I V For Vendetta, 2005
감독 I 제임스 맥티그 주연 I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미래,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후 2040년 영국. 정부 지도자와 피부색, 성적 취향,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은 ‘정신집중 캠프’로 끌려간 후 사라지고, 거리 곳곳에 카메라와 녹음 장치를 설치해 모든 이들이 통제 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세상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온한 삶을 유지한 채. 어느 날, 위험에 처한 소녀 에비 해몬드(나탈리 포트만)을 구해준 의문의 한 남자. 과거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사형을 당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그는 뛰어난 무예와 현란한 두뇌 회전, 모든 것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알려진 것은 오직 ‘V’라는 이니셜뿐.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정치 스릴러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자유와 자아가 상실된 채 살아가는 끔찍한 전체주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과장된 설정이지만 그 속에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I Mad Max: Fury Road, 2015
감독 I 조지 밀러 주연 I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핵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물과 기름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 조(휴 키스 번)가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한다. 아내와 딸을 잃고 살아남기 위해 사막을 떠돌던 맥스(톰 하디)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끌려가고, 폭정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을 탈취해 분노의 도로로 폭주한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독재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위한 투쟁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다. 미친 자들의 세상에서 도피가 아닌 혁명을 선택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담아내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디스토피아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약자로 그려지는 보통의 여성과 달리 광기 어린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여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내 호평을 받았다.


더 랍스터 I The Lobster, 2015
감독 I 요르고스 란티모스 주연 I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레아 세이두

전대미문의 커플 메이킹 호텔, 45일 안에 제 짝을 찾지 못하면 이내 동물로 변한다. 홀로 남겨진 이들은 45일간 커플 메이킹 호텔에 머무르며, 완벽한 짝을 이루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끝내 짝을 얻지 못한 사람은 동물로 변해 영원히 숲속에 버려진다. 근시란 이유로 아내에게 버림받고 이 호텔로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교육 방식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숲으로 도망친다. 숲에는 커플을 거부하고 혼자만의 삶을 선택한 솔로들이 모여 살고 있다. 단, 솔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아이러니하게도 데이비드는 사랑이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자신과 같이 근시를 가진 운명의 여인(레이첼 와이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사랑과 연애, 결혼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규범 아래 자유가 상실된 채 살아가는 이들의 처참한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칠드런 오브 맨 I Children Of Men, 2006
감독 I 알폰소 쿠아론 주연 I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서기 2027년,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를 픽션으로 그려냈다. 세계 각지에는 폭동과 테러가 수도 없이 일어나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존재한 국가 영국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판을 친다. 아들이 죽은 후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잃고 살아가는 테오도르 파론(클라이브 오웬)에게 20년 만에 나타난 전 부인 줄리엔(줄리안 무어)은 기적적으로 임신한 소녀 키(클레어 홉 애쉬티)를 부탁한다. 인류 종말의 끝에서 다시 시작된 기적을 마주하며, 오직 총성과 비명이 가득한 세상에서 빛을 내는 작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12분가량 이어진 후반부 롱테이크 신은 명작이라 손꼽히는 <칠드런 오브 맨> 작품에서도 특히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사냥의 시간 I Time to Hunt, 2020
감독 I 윤성현 주연 I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

경제 위기가 닥친 대한민국, 희망이 없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친구들.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이제훈)은 가족 같은 친구들 장호(안재홍)와 기훈(최우식), 그리고 상수(박정민)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위한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다. 그 계획은 바로 조폭들이 운영하는 카지노를 터는 것. 미래를 향한 부푼 기대도 잠시, 정체불명의 추격자가 나타나 이들의 목숨을 노리며 뒤쫓기 시작한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사냥의 시간, 쫓고 쫓기는 극한의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강렬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영화 속 극사실적인 표현 방식과 입체적 인물 구조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